Hallyu festa en Medellin
11월 15,16일 주말 간 이틀 한류 페스티벌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남미사랑 단톡방에서 올려주신 내용을 보고 곧장 지원했다. 지원자가 한 명이 더 있어서 2명이서 같이 일하고 왔다.
행사장에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시선 집중 그 자체였다.
하루 전날인 금요일 아침에 영상통화를 하며, 간단하게 행사 내용과 하는 일에 대해 들었다. 담당해 주시는 분이 한 명은 한복을 입어야 하고, 한 명은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가서 정할 줄 알았는데, 영상 통화를 하면서 바로 정해졌다. 내가 한복이었다. 정말 어렸을 때나 입었지, 그 이후엔 입어본 적이 없었다. 나한테도 낯설고, 한복 저고리를 어떻게 묶는지 물어볼 때에는 유튜브를 찾아보라고 했다. 한복이 여러모로 상태가 좋지 못해서, 사이즈도 안 맞고, 바지는 계속 흘러내렸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공기놀이, 딱지치기 그리고 팽이, 투호 등이 있었다. 하는 일은 간단하다. 행사장에 찾아오는 분들이 관심을 보이면,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을 해주고 같이 조금 해보면 된다.
저런 종류의 전통 팽이는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줄을 어떻게 감아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건드리지도 못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딱지랑 공기를 조금 쉽게 잘 되는 것들이면 처음 해보는 분들한테 더 재밌게 다가왔을 것 같다.
딱지는 있는 힘껏 쳐도 넘어가질 않아서 나중에는 결국 꾸겨서 최대한 잘 넘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기는 너무 가벼웠다. 바닥에서 앉아서 해야 되는데 내부는 덥고, 사람이 많아서 조금 어수선했다. 밖에서 하면 바닥이 돌이라 손도 쓸려서 다음에는 모포 같은 걸 깔아놓고 자리를 마련했으면 했다. 추가적으로 공기는 조금 무거운 걸 구해야 처음 하시는 분들이 쉽게 적응할 것 같았다. 시범을 보여야 하는 나한테도 조금은 어려웠다.
이런 굿즈를 30,000페소(한화 약 12,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컵라면과 초코파이 등 이런 것들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행사장에 음식이랄 게 특별히 없어서 오신 분들 대다수가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빙수를 팔길래 당연히 설빙과 같은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보니 작은 컵에 담아서 주었다. 보통 빙수라 하면, 2명이서 먹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또 1인용으로 판매하는가 보다. 메뉴 이름도 참 독특했다.
김치랑 고기를 볶아서 판매하는 곳에는 김밥도 있었다. 여기는 처음 시작하고 구경 갔다가 시식해도 된다길래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볶음김치와 돼지고기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대다수가 케이팝 아이돌 굿즈, 한국 관련된 열쇠고리, 옷에 붙이고 다니는 아이돌 멤버의 얼굴, 양말, 책등 다양했다.
따로 이렇게 글씨 쓰는 체험을 하는 분들이 신청을 하면, 자원봉사하는 우리가 가서 직접 읽어주고, 뜻, 글씨 쓰는 순서 등을 가르쳐 준다.
다행히 한글과 스페인어로 뜻, 읽게끔 다 아래에 설명이 있어서 그걸 보면서 하나씩 써보기도 했다. 이렇게만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항상 이름을 물어보고, 여백에 이름도 써주고 콜롬비아도 써주고 한 번씩 따라 써보게 했다.
여러 가지 사인펜을 구비해두고, 원하는 색을 골라서 따라 쓸 수 있었는데 그 펜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아... 그걸 가져가다니.. 색이 한 20가지 되는 고급 져 보이는 거였는데..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병정(?)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딱지치기를 하고, 넘기면 아래의 쿠폰을 준다. 그러면 그걸로 어떤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걸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직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한글 글씨를 나보다 더 잘 쓰는 분들이 많았다. 따로 한글로 본인의 이름을 적어주는 행사 부스도 있었는데, 고퀄리티였다.
랜덤 댄스타임도 있었다. 원더걸스 텔미부터 아이돌 노래, 싸이 노래까지 음악만 나오면 바로 안무를 기억해서 추는 식이었다. 이 친구들의 춤을 보면서 '안무를 어떻게 다 외워서 저렇게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안무를 외우고 따라 하려면 몸과 머리 다 좋아야 될 것 같다.
학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친구들인 것 같다. 메데진 로스 몰리노스 몰 근처에 K-POP 댄스학원이 있는 걸 알게 됐는데, 아마 여기서 다 배운 친구들이 아닐까 했다.
케이팝 관련 현지 유명한 인플루언서도 와서 공연하고, 이런 대화하는 시간도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종종 내가 있던 공간에 손님이 없으면 구경도 다녔다.
굉장히 다채로웠다. 사람들도 많았고, 볼거리가 풍부했다고 생각한다.
이틀간 일해보면서 느낀 점은,
제일 먼저 감사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은 분단된 이 나라의 문화를 좋아해 주고, 행사장까지 찾아와줬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장에는 1020 젊은 친구들만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 외로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오셨다. 칼리에서 JIN(?)이라는 선생님한테 한국어를 배웠다는 분도, '화투, 고스톱, 윷놀이'까지 알고 있는 분도, 한국 역사에 관심 있다는 분들 등등 다양했다.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시고 쉴 새 없이 찍었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아마 평생 찍을 사진을 이틀간 행사하면서 다 찍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오신 분들이 만족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