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현Jihyun Park Jul 26. 2024

짝 사랑일까?

처음으로 웃었다.

신발 구입이 끝난 후 나와 아들은 쇼핑백을 들고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 걸었다.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 살면서 항상 긴장하고 두려움에 얼굴빛이 어둡다. 그런데 아저씨는 밝다. 웃어주기도 하고 앞에서 걸어가다가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 모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도 본다.


그렇게 나는 시장에서 우리가 묵고 있는 임시 숙소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몰랐다. 갈 땐 멀어만 보였던 길이 돌아올 땐 희망을 안고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저씨가 저녁 준비 하신다. 임시 숙소에 있던 가족에서 아주머니는 이미 밥을 하고 있다면서 저녁 반찬은 무엇인지 아저씨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두 사람은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한다.


아주머니 남편은 부엌을 보면서 질투 인지 모르지만, 계속 주시하다가 갑자기 자긴 북한에서 안전원(경찰)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직업 소개를 한 그 사람으로 인해 잠시 좋았던 감정은 사라지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에게 당한 슬픔이 분노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때 아들이 배고프다고 하기에 저녁을 기다리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가방에 챙겨 왔던 소시지를 건네주었다. 아직 영양실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멋한 아들이어서 안쓰럽고 또 어린아이를 데리고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어떻데 가야 할지 또 가다가 만약에 잡히면 아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저 어린 아들에게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되지만 아직 나 자신도 준비되지 못한 길이다. 이 집에서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주변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고라도 하면 또 북송이 된다.


만약 브로커 집에서 잡히면 한국으로 가라고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에 가야 될 것이며 그러면 내 아들을 다시 볼 수 없다. 첫 북송 때 그 아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강한 신념으로 노동 단련대에서 죽을 고비까지 갔다가 살아온 나이지만 아직 몸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북송이 된다면 살아날 가망조차 없기 때문이다. 소시지를 먹고 있는 아들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데 “식사합시다”라는 소리가 들려 나 혼자의 생각에서 깨어났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사이인데 밥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저녁식사가 준비되어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에서도 난 마음껏 배불리 그리고 시름을 놓고 밥을 먹어본 적 없었는데 밥상을 보니 내가 귀빈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저녁을 먹으려고 상에 둘러앉았는데 갑자기 브로커가 왔다. 오늘 저녁 당장 떠난다고 한다. 그 말 애 가슴이 쿵당 거리면서도 나는 기뻤다. 왜냐하면 일단 이곳을 떠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중국에 있는 아이 아빠가 우리가 묵고 있는 곳을 알기에 언제든지 본인 손에 돈이 안 들어오면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에 탈북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고 특히 한국으로 가려고 하는 탈북자 또 브로커를 신고하면 포상금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는 대충 한 숟가락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갑자기 할머니가 삶아준 달걀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달걀을 꺼내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우리 모두 달걀처럼 슬슬 굴러서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달걀을 드시던 아저씨가 토정 달걀이네 하면서 어디서 토정달걀을 가져왔냐고 묻기에 그냥 가져왔다고 단답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식사 후 우리는 연길 버스 터미널로 갔고 장춘으로 가는 침대버스를 탔다. 난 앞쪽에 아들과 함께 앉았고 아저씨는 뒤쪽으로 갔는데 난 한밤중 달리는 버스에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들을 침대에 눕혔기에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더 잠을 잘 수가 없고 언제든지 공안이 버스에 올라 아이디 카트를 검열하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간에 휴게소에 버스가 잠깐 멈추었는데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 불편한 점이 없는지, 아이 잠자리는 편안지 봐주면서 겁먹지 말라고, 다 잘될 것 이라며 웃어준다.


그 순간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내 얼굴은 홍조로 붉게 물들었다. 다행히 밤이라 누구도 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홍조 된 나의 얼굴은 처음으로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희망과 함께 미래에 대해 꿈을 가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전 02화 아저씨 첫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