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가 있는 삶 . 03
작년 어느 날,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이름, theME.
그건 내 이름에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근아.
그나.
그 나.
theME 근아.
그 시작은,
내 이름을 해체해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내 이름을 한 글자씩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그리고 조용히 발견하고자 했다.
그건 마치
오랜 세월 묻혀 있던 보물을
조심스레 찾아내는 일처럼 흥미로웠다.
그 여러 해체의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자음과 모음을 하나하나 분리해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단어들은
나 자신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가능 — ㄱㅣ • ㄴ ㅡ ㅇ : 가능성이 있는 사람.
능가 — ㄴ ㅡ ㅇ ㄱㅣ • : 그 가능성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
온기 — ㅇ • ㅡ ㄴ ㄱ ㅣ : 사람의 온기를 담은 사람.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가장 깊이, 오랫동안 자리 잡은 단어는 ‘온기’였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신호였으며,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잔향이었다.
한마디로, 나만의 따뜻한 에너지.
나는 그 온기를
나의 브랜드,
나의 글,
나의 그림, 디자인
그리고 나의 일상 속에까지 담고자 했다.
온기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른다.
차가운 이성의 세계 속에서도,
그 온기가 있을 때
우리는 서로를 ‘인식’하고,
‘존재’로서 마주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 사람의 온기가 또 다른 온기를 불러일으키며,
그 울림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온기의 연결선을 따라 살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의 온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내 안의 따뜻함.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온기는 몇 도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