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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 4일 차 - 내셔널 갤러리

by 근아

오전에는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나에겐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정이었다.


예전 여행에서는 빠듯하게 짜인 일정 속에서 유명한 그림들만 부랴부랴 훑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달랐다.

모든 그림을 보겠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물론, 하루에 수백 점의 작품을 본다는 건 감상이라기보다 체력전이지만, 이번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오랜만에 '감상'이라는 단어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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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갤러리를 거닐다 보니, 나는 감상이 아닌 공부를 하고 있었다.

유명한 작품보다, 이름 없는 작가들의 그림이 더 오래 발길을 붙잡기도 했고,


특히 한 작품을 완성하기 전의 연습작들이 내게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어딘가 미완성처럼 남은 붓자국들,

거칠게 덧칠된 색의 층위들이

오히려 나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안에는 완성된 작품에는 없는,

끊임없이 노력한 '과정의 숨결'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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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명작 앞에 앉아 그림을 따라 그리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들은 스스로 또 하나의 '연습작'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과거의 화가와 현재의 화가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사진으로 찍힌 그림은 그 순간의 온도를 담지 못한다.

렌즈가 포착한 이미지는 그저 기록으로 남겨질 뿐이다.

하지만, 작품의 생명력을 느끼며 연습하는 그림은

얼마나 뜨겁고 얼마나 진실할까.


생명과 마주 앉아 있는 이들이

그저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한 점의 그림 앞에 앉아,

조용히 그 생명과 마주하며

작가와 나눌 대화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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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명작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태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 저들의 작품이

이곳 내셔널 갤러리의 빛 아래에서

조용히 숨 쉬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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