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maypaperkunah/863
영국의 작은 동네 안에 있던 작은 박물관,
그 안, 조그마한 방에 전시되어 있던 Helen Oxenbury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들. 휘리릭 보았다면 2-3분이면 끝났을 관람이었지만, 나는 한 시간 남짓 그곳에 머무르며 하나하나 모든 그림을 내 눈에 담고 내 마음에 담았다.
처음에는 내가 보고 싶었던 <We'ar Going on a Bear Hunt>의 일러스트부터.
책 속에서는 20여 점의 작품이 담겨 있었지만, 이 작은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원본은 단 네 작품뿐이었다. 잠시, 이 몇 점을 보러 영국까지 온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마음이 분명해졌다.
나는 결과를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통과했을 수많은 실험과 망설임, 그리고 선택의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의 역사를 따라가며, 그 작품들이 어떻게 자라났고, 그 성장이 얼마나 오랜 시간과 침묵 속에서 단단해졌는지를 바라보며 이제 겨우 첫 동화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나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시작은 늘 미완이고, 그래서 더 진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