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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6일차 - 런던 투어

by 근아

이날 하루는 런던, 영국을 관광객 모드로 온전히 느껴보는 날로 정했다.



먼저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현지 사람들이 아침을 해결하는 작은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이 도시의 리듬 속에서 잠시 섞여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좁은 테이블에서 멀뚱하니 앉아 있는 이들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손님과 카페 주인이 서로 사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친근한 소박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얻어먹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영국 음식은 맛없다는 말이 많지만, 생각보다 맛의 균형이 잘 맞았다. 오히려 호주에서 먹던 호주식 블랙퍼스트보다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기름지고 무거울 것 같던 메뉴는 의외로 담백했고,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던 스크램블 에그는 놀랍게도 꽤나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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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조금 서둘러 먹고,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그 곳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어느 곳이 명당인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조금은 한적하지만 가장 앞쪽에서 볼 수 있는 자리 하나를 찾아 퍼레이드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곳이 한적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근위병 행진은 우리가 서 있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향했고, 사람들은 우루루 명당을 찾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잠시 더 그 자리에 머물러 보기로 했다. 곧 끝날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이미 땡뼡 아래 오래 서 있어서 몸도 조금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는 그곳을 떠났어야 했다. 이미 그곳이 명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멀어져 가는 근위병의 행진 모습을 상상하며 어디선가 이루어졌을 교대식을 마음 속으로 그려볼 뿐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 눈앞을 지나간 것은 아주 작은 무리의 퇴장 장면뿐이었다. 조금은 허무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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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앞에서 보지 못한 장면 때문이었을까.


나에게 더 강하게 다가온 것은

버킹엄 궁전 주위로 울려 퍼지던 영국 전통 음악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 내가 지금 영국에 있구나..'.


라는 감각이 또 한 번 비현실처럼 찾아왔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모든 영국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


교대식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국'의 공기가 내안으로 또렷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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