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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끄적거림

by 달무지개

“어머! 결혼했어요?”

“그러게~ 여태껏 남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몰랐네.”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요? 아이는 있어요?”

몇 년 전 문화센터에서였다.

취미를 만들고 싶어 배우기 시작한 수업에서 그동안 알고 지낸 분들이 내게 건넨 물음이었다. 내가 그 수업에 들어간 지 6개월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각자의 이름을 건네고 왜 이 수업을 듣게 됐는지 이야기하며 서로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들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만들기 위해, 즐기기 위해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수다가 늘기 시작했다. 취미 대신 일상이나 가족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서로의 생활을 아는 듯 모르는 듯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마다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관심사나 일상에 관한 대화는 자주 했었다. 하지만 가족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하지 않았다.

원래 내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성격이 한몫했지만,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남편이 제가 그린 것을 보고~”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꺼낸 한마디에 놀라움과 질문이 쏟아졌다. 왜 그동안 남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그 이야기가 그렇게 중요했던 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에 대한 첫 질문이 그중 하나이다.

“어디 살아요?” 또는 “무슨 일 해요?”

“결혼은 했어요?” 또는 “아이는 있나요?”

이것들이 나를 이루는 모습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첫 만남에 물어보고, 듣고 싶은 질문도 아니다. 내가 나를 처음 소개하고픈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요즘은 첫 만남에 바로 이런 질문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고 궁금해한다. 이 이야기들은 조금 천천히 알아가도 되지 않을까.

조건 말고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을까?

나는 학창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이 싫었다. 반이 바뀌면서 익숙해진 자리를 떠나는 일도 싫었고,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었다.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받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새로움이 반갑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지지만,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내 소개를 어떻게 하지. 언제나 나에게 주어진 첫 고민이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떠한 조건을 이야기하는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정말 나를 소개해야 했으니까. 내 이름과 내가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나는 나를 그렇게 표현했다. 친구들도 그런 것들을 궁금하게 여겼다. 그렇게 우리들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고 친해질 수 있었다.

나중에 조금 더 친해지면 동네가 가까운 친구끼리 같이 집으로 향했다. 형제, 자매가 비슷하면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했다. 그것이 다였다.

조건보다 내 생각과 마음을 보여주기 더 편한 시절이자 관계였다. 가끔 그때가 부럽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관심 있는 일들을 물어봐 주는 그 첫 만남이 그립다.

명절이 되면 친척분들이 묻는 안부가 참 싫었다. 공부는 잘하고 있니. 대학은 어디 갈 거니. 나보다는 내 현실을 묻는 듯한 형식적인 질문들이 의미 없게 들렸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오니 그런 질문들을 고스란히 다시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더 솔직한 나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사회에 나오면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고 한 말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을 가나 제일 먼저 나에 관해 물어오는 궁금함이 같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쉽게 서로의 공감대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꼭 알아야만 하는, 필요한 이야기일까.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거나 묻지 않았다. 물어보면 답해주지만, 다른 것들을 더 말해주고 싶었다.

상대방이 말해주면 잘 듣지만, 다른 것을 더 궁금해하기로 했다. 서로의 생각과 좋아하는 것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관해 말이다.

우리의 첫 만남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계절. 나는 누구에게 어떤 질문으로 첫 만남을 맞이할까.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내 이름은 말야. 질문은 나의 용기, 알려줘 너의 “이름이 뭐야? “

TWS(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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