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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를 때 좋아 보인다

가까운 사람을 리스펙 하기 더 어려운 이유

by 별경
처음 만난 여자가 이상형인 이유,
잘 모르는 남자가 더 근사해 보이는 이유.

존경하는 멘토의 사생활을 다 알고도
'역시, 대단'을 더한 존경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의 조각을 마주한 적 있다. 깊이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일상에서 종종 떠오른 것들이다.

설연휴 친정으로 가는 귀성길 차 안에서 남편에게 들은 얘기다. "개원한 지 5년 될 때까지 엄마는 우리 병원에 안 오시더라. 집 앞에 모르는 치과에 가더라고. 원 10년 차 되니까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오시네."


조금 더 지켜보자

시어머니는 본인이 키우신 아들을 똑똑하고 반듯한 아들이라 하시면서도 내심 '과연'이라는 물음표에 집 앞 잘 모르는 의사가 일하는 근거리 치과를 다니셨다. 10년을 지켜본 지금은, 아들이 아닌 의사로서 신뢰가 쌓여 치과진료를 부탁하신다.


연휴에 만난 남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어머니보다 더한 나를 발견했다. 남동생은 요식업계에 10년간 일을 했다. 관리자에서 사업자로 준비하는 단계의 동생에게 관심, 조언을 넘어서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먼 거리의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동생이 관리자로 있었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꽤 큰 규모를 운영하면서, 음식맛도 괜찮고 매끄러운 분위기에 내심 '대단한데'싶다가 걱정이 따라온다. 오픈 메뉴에 대해 물었다. 왜 그 메뉴냐고 물으면서 속으로 계속 '?'를 품는 나를 봤다. 남동생은 말수가 적고 진중한 편이다. 한우물만 파는 편이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요식업계에 10년을 몸담았으니 말이다. 요리하는 것이 즐겁고, 사는 동네에 밥집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여리다. 정이 없는 듯 보여도 본인 소속 직원들은 끔찍이 챙기고, 맡은 바 책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한다.


그런데도 '?'를 품는 나를 본다

나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아는 사람, 많은 정보가 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잣대를 대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이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인정한 것보다 더 깊은 신뢰 얻은 것이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살면서 가까운 사람이 성과를 낼 때 '네가 하면 나도'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그 사람은 내가 보는 성과를 내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반복하고 숱한 좌절의 시간을 견디고 다시 일어나 그 자리에 이른 것임을. 절대 섣불리 쉽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남편만 해도 내가 이렇게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을 모른다. 어디다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나는 말한 적이 없다. 그냥 매일 쓰는 이글들이 모여 훗날 어떠한 성과로 나타난다면 그날 '짠'하고 보여줄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마음 중 한 가지. 지금 좋아 보이는 사람도, 섣불리 가까이 당기지 않고 그 자리에 두고 아끼며 보고 싶다. 존중하는 내 마음이 변치 않길 조심히 가꾸고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존경의 마음을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연습하기를,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역시, 대단'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생각하며 행동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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