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서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야
요즘 매일 밤 아이가 잠들기 전, 함께 누워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잠든다. 주황빛 조명에 비친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얼굴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고 또 보고 싶다. 정말 사랑스럽다.
7월 23일 아침 나는 남편과 아이 앞에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다툼을 했던 남편은 당황했고, 엄마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 아이는 놀랬다. 나는 의도치 않게 터진 눈물을 참으며 아이 똥을 닦으러 갔다.
변기에 앉아있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울어?"
"엄마가 미안해서"
전날 새벽 솟구치는 감정을 헤집어 원인의 가시를 빼낸 후에야 나는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했다. 내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똥 같은 이야기를 전한 나 자신이 싫었고, 불편한 감정이 아이에게 가닿아 숙제를 봐주며 화를 낸 나 자신은 더 싫었다.
고작 이까짓 감정도 조절 못하면서 내가 어른이고 엄마라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터진 눈물이었다.
우는 엄마를 본 아이의 눈빛은 흔들렸다. 그때도 물었고 이틀이 지난 오늘 밤도 물었다. "엄마, 근데 그때 왜 울었어?"
나는 대답했다.
"그날 엄마가 아빠한테 기분 좋지 못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했고, 소람이 숙제 봐주다가 화를 내서 미안했어. 그래서 눈물이 나버렸어. 그게 또 생각났어~?"
엄마, 씩씩한 어른은 울지 않고
용기 내서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야
아이는 어른인 엄마가 우는 모습이 충격이었는지, 오늘도 이유를 물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해답을 주었다. 긴밀한 관계일수록 '미안해'라는 말이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입밖에 꺼내는 데 시간이 소요됨을 느낀다. 아이말대로 미안함을 느낀 순간 진심을 담아 담백하게 꺼내 놓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