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물어보면 알려줘야지
남편의 도시락, 남편과 아이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사과를 깎아준다. 듣고 싶은 노래나 토크채널을 한쪽 귀에 꽂는다. 한쪽귀는 내가 듣고 싶은 것을 듣고, 한쪽귀만 열어둔다. 남은 한쪽 귀로 남편과 아이의 말을 듣는다. 분주한 아침, 또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설거지를 할 때도 한쪽 귀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해서 듣는다.
분주한 아침 양치 중에도 쫑알쫑알 말이 많다. 누구도 닮지 않은 장난꾸러기. 쉴 새 없이 묻는다.
엄마, 무슨 소리 듣고 있어?
"지금은 바빠, 나중에 얘기하자, 말하기 금지. 차에 타서 얘기하자!"는 말에 입술이 고래밥 모양으로 불룩 나온다. 아차 싶다. 못난 내가 보인다. 고래밥 입술이 나를 멈칫하게 했다.
훗날 다 큰 성인이 된 딸이 에어팟을 한쪽에 끼고 나와 대화한다면 어떨까. 나와의 대화보다 한쪽에 꽂은 에어팟소리에 즐거워한다면.
염치없이 서운할까, 끔찍하다. 육아환경이 아이의 미래에 꽤 많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나와 아이의 관계는 어른인 내가 먼저 길을 터주는 것이다.
아이는 온종일 내게 관심이 많다.
"뭐가 웃겼어?"
"어떤 게 웃겼어?"
"왜 웃었어?"
어떤 소리길래 설거지를 하다가도 깔깔거리는지, 우리 엄마는 어떤 소리에 저리도 즐거울까. 참 궁금한 아이다.(나랑 노는 것보다 저 소리가 더 즐거운가?라는 생각까지는 하기 전이면 좋겠다.)
사람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경청'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일상에서 아이 앞에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나? 가족의 목소리, 내가 낳은 아이의 말소리 웃음소리보다 달콤한 것이 있을까. 고래밥 입술이 각인된 날로부터 한쪽귀에 에어팟을 꽂으려다 멈칫한다. 두 귀를 열어두는 연습을 한다. 풀벌레 소리, 매미소리가 진하게 들리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