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거 예쁘지?

약 올린 게 아니고 생각 중이었어

by 별경

아이는 "이거 예쁘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 예뻐?"묻길래 "귀여워"하면 "나는 예쁜 게 더 좋아!"라고 답한다.


요즘 이거 예쁘냐고 묻는 품목은,


왕관머리띠, 비즈팔찌, 목걸이, 반지... 티니핑 피규어, 인형이 달린 작은 키링.. 등인데 주로 액세서리가 많다.


아이가 예쁘냐고 물으면 최대한 갖고 싶어 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응!! 갖고 싶어."라고 답한다. 흡족한 표정을 짓는 아이는 별다른 대꾸가 없거나 "한 번만 빌려줄게. 좀 이따 줘야 해."라고 답한다.


며칠 전 "갖고 싶지? 예쁘지? 부럽지?"물어봐놓고는 갖고 싶다고 했는데 주지도 않길래 "묻기만 하고, 약 올리는 거야?"물었다.


그때는 그냥 별다른 대답 없이 상황이 지나갔다.


나른한 밤 잠들기 전 아이가 말을 꺼냈다.


"엄마, 아까는 약 올린 게 아니고 엄마가 예쁘다고 하면 내가 줄까, 말까 망설이던 거였어. 이거 엄마 오늘 가져. 내일 아침에 나 주면 돼."


아이는 가끔 어린이집 언니들에게 머리띠 선물을 하고 싶다거나, 친구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으니 주문해 달라는 말을 한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던 아이얼굴이 스쳤다. 엄마를 놀리나 싶던 아이의 마음에도 '약 올리다'는 안 좋게 들렸는지 자기 전에도 남아있었나 싶다.


아이가 지나간 오해를 풀고자 할 때는 보통 편안하고 차분한, 아늑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대화가 오고 간 날 이루어진다.


보통의 하루. 아직도 감정대로 슥-지나가는 날이 있다. 연습장처럼 넘기다가, 가끔 멈칫하고 반성하고 노력하는 날. 그렇게 반복이다. 을 쓰면서 멈칫하고 노력는 날이 잦아진다.


아이를 통해 대화의 필요성, 감정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법. 그 순간을 이끌어내는 법을 터득하며 실행하고 반복 중이다. 행상대는 아이와 남편이며 우리는 해가 지날수록 견고해짐을 느낀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