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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수위 높은 성교육

수위가 높은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by 고추장와플

며칠 전 모 플랫폼에서 동물의 짝짓기 그림책을 잃어주다가 아이가 "그럼 사람은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진 분의 어느 부모님의 글을 읽다가 우리 모두가 존재하게 된 이유인 , 성교육에 대한 벨기에의 교육방법과 제 생각을 나눈다면 한국에 계신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각 나라마다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성을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성에 대해 터부시 하고, 공개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굉장히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학창 시절에 성교육이라고 받은 것은 고작 낙태 관련 시청각자료 시청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구성애 선생님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구성애 선생님이 등장하고 쉬쉬하는 부모님들에게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구술에 의거한 성교육이었기에 여전히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벨기에에서 처음 성교육 시청각 자료를 접했을 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지요. 문화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왜인지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에관해 개방적인 벨기에는 성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까요?


벨기에의 성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에 시작하고, 6학년때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교육이 실시됩니다. 피상적으로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여 착상되는 것이 아닌 그 이전의 행위와 인간의 신체에 대한 구조적인 공부와 피임의 방법도 배우고, 실제로 수업시간에 함께 바나나에 콘돔을 씌워보기도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벨기에의 9세부터 12세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 Dr. Bea Show입니다. 벨기에 공영방송이 제작한 프로그램인데 여성과 남성의 벗은 몸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여성과 남성의 신체 구조뿐만이 아니라, 사랑, 키스, 동성애, 생리, 사춘기, 정확한 의사표시 전하기 등등의 다양한 테마로 제작되어 학교에서도 성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Ry5PFCips&list=PLOCvxAd9U2cqlHpGpta-2swTfhB9TAUPb&index=13

벨기에의 어린이 성교육 프로그램 닥터 베아 쇼


저는 성교육을 우리가 숫자를 배우고, 글자를 배우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교육받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째가 4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작하기 이 전에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신체구조와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해서 가르쳤고 사랑과 성에 대해 제 생각을 여과 없이 아이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배웠던 성에 대한 관념과 유교중심적인 문화를 넘어서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궁금증과 질문들에 대해 대답해 주니, 아이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알고 싶은 것들을 저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이가 5학년이 되었을 때는 서점에서 '꼭 알아야 할 123가지 사랑과 섹스에 관한 것들'이라는 벨기에의 청소년 추천 도서를 구입하여 선물하였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것 들을 책에서 찾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지요.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책을 건네며 말을 했습니다.

꼭 알아야 할 123가지 사랑과 섹스에 관한 것들

이제 곧 13살이 되는 첫째는 신체적 변화를 한창 경험하고 있는데, 부끄럽다거나 이상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플랜더스 청소년협의회에 의하면 벨기에 청소년의 첫 키스 나이는 남성, 15.9세, 여성 15.5세로 나타났고, 첫 성경험은 여성이 16.7세, 남성은 16.9세로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이르다고 할 수도 있는 나이이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문화로 인해 거짓으로 앙케트 응답을 하는 숫자가 적어 오히려 저는 이 나이가 현실을 반영한 정확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첫 경험을 하는 벨기에 청소년의 평균연령에 다가가고 있는데, 부모로서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 벨기에의 부모들은 자녀의 방 침대를 2인용으로 바꾸어줍니다. 저도 내년에 침대를 2인용으로 바꾸어 줄 계획입니다. 부모 몰래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벨기에에서 소위 '사귄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님이 있던 없던 주로 집에서 데이트를 합니다.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은 동성친구를 데려오듯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모든 부모가 개방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모는 함께 있는 동안 방문을 열어놓고 있으라는 룰을 만들기도 합니다. 상대 친구의 학부모와 서양의 카톡인 왓츠앱(Whatsapp)으로 아이가 집으로 돌아갔는지, 저녁을 먹었는지를 묻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상대 부모에게 그 집에 있을 때는 문을 열어 놓고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지요.


성에 대해 개방적인 것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쉬쉬하고 터부시 하는 것보다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존재하는 이유인 성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모 몰래, 음성적인 형태로 성을 경험하고 왜곡된 성의식을 키우며 부정적인 형태로 성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성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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