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투자처럼 철학이 필요해

첫 번째 여행지는 발리

by Bora Jung
이번 도착지는 Kuta입니다.




트리다투 팔찌와 여행의 시작

꾸따에서 첫날 아침, 동네를 탐방하고 호텔에서 여유를 즐긴 뒤, 손목에 트리다투 팔찌를 찬 채 여행을 시작했다. 나의 여행은 나에게 특별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여행에서 두 가지를 추구한다. 휴식과 인사이트.

일상에서는 걷고, 뛰고, 수영을 즐기며, 주말이면 서울과 수도권 근처 산을 찾는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있는 곳을 걸으며, 바다에 들어가고 산을 오른다. 승마가 가능한 곳이라면 승마도 한다.
한국에는 있는 것과 없는 것,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때로는 “한국의 ○○와 비슷하네” 하며 비교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내가 여행에서 무엇을 즐길지 명확히 알지는 못했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잘 몰랐던 스무 살 무렵에는 모든 걸 다 해보려 했다. 힙한 상점, 부자동네, 로컬시장, 은행까지. 부동산을 보고, 주식계좌를 열며 탐험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산과 바다 위주로 여행지를 고르며 경험의 폭을 좁혀 나갔다.

그러면서 점차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을.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한 번의 여행으로 그곳을 다 알 수 없으니, 최소 세 번은 가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인다.

액션은 같지만 장소가 바뀐다. 여행지를 나만의 추억으로 담는 방법이다.
물론 항상 자연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로 갈 때는 트렌드를 읽고, 중산층과 부유층이 사는 지역, 그들의 생활 방식을 관찰하려 한다.







발리에서 첫 식사,

Crumb & Coaster에서의 발리니스 튜나 스테이크

발리여행

아스팔트를 걸으며 태양 아래 태닝을 마치고 나니, 고젝 바이크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꾸따 비치에 가려 했지만, 두 시가 넘은 시각, 배고픔 때문에 목적지를 비치워크 음식점으로 바꿨다.

식사시간이 한 타임 지나서인지 꾸따 비치워크의 인기 음식점들은 긴 웨이팅이 있었다. 나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 구글맵에서 샌드위치를 검색했고, 서브웨이처럼 직접 선택해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가는 길, 활기 있는 사람들과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Crumb & Coaster라는 브런치 카페였다.

메뉴판을 살펴보던 중 발리니즈 튜나 스테이크라는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단순히 발리니즈라고 적힌 음식이 궁금해진 것뿐이었다. 추후 발리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은 본 적 없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끝까지 처음 마음먹은 곳을 찾아갔겠지만, 이제는 중간에 마음을 바꾸는 것도 자연스럽다. 여행을 하면, 내가 부리는 고집이 얼마나 하찮은지 깨닫는 경험도 있다.


자리가 없어 셰어 테이블에 앉아도 괜찮냐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앞에는 타투가 멋진 호주 여자 여행자가 있었고, 그녀는 크루아상 샌드위치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외향적 성향 94%인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메뉴 맛이 어떤지 물으며, 가벼운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Crumb & Coaster




곧이어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큰 참치스테이크에 밥 그리고 빨간 소스와 피클 같은 야채가 함께 서빙된다.

Crumb & Coaster에서의 발리니스 튜나 스테이크


발리에서는 연어보다 참치 요리가 훨씬 많고 대중적이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자연 서식지 차이 때문이다. 연어는 주로 차가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서식하는 반면, 인도네시아처럼 열대기후인 바다에는 연어가 살지 않는다. 반면, 참치는 따뜻하고 깊은 바다를 좋아한다. 인도네시아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있고, 세계 최대의 참치 어장 중 하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참치잡이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인도네시아는 참치 수출국이자, 자국 내 소비도 많은 나라다. 신선한 참치가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 발리에서 참치는 흔한 생선이다. 인도양 한복판에 위치한 발리 인근 해역은 세계적인 참치 어장으로, 실제로 발리 어업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다. 연어나 지방이 많은 참치와 달리, 붉은 살 위주라 퍽퍽하고 담백한 스타일이다.



사유르우랍



피클 같은 이라고 말한 음식은 Sayur Urab (사유르 우랍)이다. 데친 채소에 코코넛 가루와 향신료를 버무려 만든 발리식 채소 샐러드다. 주로 콩나물, 시금치, 강낭콩, 켄콩(수초) 등이 쓰이며, 뜨겁지 않고 상온에 먹는다. 고소한 코코넛 풍미가 강하고, 마늘, 고추, 라임 잎 등을 함께 넣어 약간 매콤하다. 발리에서는 반찬 또는 전체 요리로 자주 먹는다. 한국의 나물무침과 비슷하지만 참기름 대신 코코넛 풍미가 특징이다.




Sambel Matah 삼발 마따는 샬롯, 고추, 라임잎, 레몬그라스 등을 잘게 썰어 만든 생소스다.

삼발

Sambal’은 인도네시아어로 매운 소스(칠리소스)를 뜻하고, ‘Matah’는 발리어로 (raw)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Sambal Matah = 생으로 만든 삼발 소스, 익히지 않고 바로 재료를 썰어서 만드는 게 특징이다. 익히지 않고 그대로 올리기 때문에 재료의 향과 매운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기름지지 않은 담백한 참치와 향긋하고 매콤한 소스가 잘 어울린다.


살코기 참치로 만들어진 참치스테이크는 예상대로 약간 퍽퍽했지만, 삼발과 사유르 우랍과 함께 먹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단단한 식감 덕분에 천천히 꼭꼭 씹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 중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에서 온 대가족의 장남으로 추측되는 한 남자가 식사 중인 내게 자리를 바꿔달라 했다. 자리를 양보했는데, 이동한 자리가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불량이라 식사가 어려웠다.


직원이 미안하다며 계산에서 20%를 할인해 주었다. 순간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더 시킬 걸” 하는 유치한 생각이 스쳤다.

평소에는 엄마와 통화나 대화를 자주 하지 않는 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을 떠나면, 필자의 이야기를 한참 들어주신다. 선택적이지만 세심한 어머니 덕분에, 여행지에서 통화를 통해 하루를 정리하곤 한다. 전화를 끊은 뒤 누워 잠을 청하는데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방금 좀 껄무새였구나.


주식 투자에서 흔히 겪는 ‘껄무새 3종 세트’다.

조금 오르면: “아, 더 살 걸…”, 조금 내리면: “아, 팔 걸…”, 지나고 나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하지만 사실 이건 운이 없는 게 아니다. 내가 그 종목을 충분히 몰랐다는 뜻이다. 공부가 된 사람은 자기 기준을 가지고 껄무새가 되지 않는다. 모멘텀이 나오면 판다, 밸류에이션이 맞으면 판다. 원칙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쨌든 발리의 첫 식사는 참치가 퍽퍽하든, 자리 때문에 조금 불편했던 것들은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났을 뿐 며칠이 지나면 잊힐 것들이다.

멋진 타투를 구경하고, 호주에서 왔다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친구가 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며, 발리에서는 참치가 이렇게 흔하구나 배우고, 자리 이동 덕분에 점원과 길게 대화할 수 있었던 즐거움이 훨씬 컸다. 게다가 계산할 때 20% 할인까지 따라왔다. 꽤 괜찮은 한 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