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상식을 벗어나는 회사의 인사관리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성과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남보다 빨리 승진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근태나 실력도 그저 그렇고 특별한 재주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유독 승진이 빠른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승진하는 걸 보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을 관리하면서 제안서도 만들고 입찰 실적도 올렸던 저는 뚜렷한 실적도 없이 관리만 하던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인사(人事)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저는 결국 회사를 옮겼습니다.
동료가 먼저 승진했던 이유는 몇 년 후에 알았습니다. 당시 가까웠던 직원도 다른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 시절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직원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회사에는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실력 있는 직원이 필요하지만, 자리를 보전하려는 간부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직원을 키우지 않는다.”
당시 저의 부서장이 의도적으로 저를 배제하고 만만한 동료를 승진시켰다는 말입니다. 부서장이 원하는 사람은 능력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똘마니였습니다.
큰 회사에서 성공하려는 직장인은 중요한 일을 맡아서 실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자리를 보전하려는 간부들이 능력 있는 부하를 육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간부에게 필요한 건 만만하고 말을 잘 듣는 부하입니다. 간부는 그런 직원을 발탁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합니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며 승진을 꿈꾸는 현장관리자라면 자신의 쓸모는 갖추되 욕망은 감춰야 합니다.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욕망으로 상사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됩니다. 직속 상사보다 실력이 뛰어난(?) 자신이 곧 승진하기를 기대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저는 지금 작은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큰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사장하고 직접 소통하고 지내는 게 편합니다. 실수하면 사장한테 혼이 나고, 성과를 내면 사장이 즉시 보상해 줍니다. 어설픈 상사한테 휘둘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중견기업에서 일할 때 여기저기 줄을 대고 편을 가르며 사내 정치에 관심을 쏟던 때가 가끔 생각납니다. 회사의 인사는 언제나 나의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복합하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욕망이 넘쳐나는 큰 조직에서 순진한 마음으로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능해 보이는 직속 상사도 부하의 승진에 태클을 거는 건 훌륭하게 해냅니다. 직장 상사는 이상하고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라, 기준과 관점이 다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