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지 마라
회사의 경영지원팀장은 사장의 오른팔입니다. 자금을 관리하고 직원의 동향을 파악하며 사장과 독대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현장관리자도 경영지원팀장과 각을 세우면 오래 버티기 힘듭니다.
현장을 순회하는 경비지도사는 경영지원팀장을 비롯한 내근 직원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습니다. 경비지도사가 외근 중에 받는 전화의 용건은 사무실 직원이 대신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매달 반복되는 출근부와 청구서의 기초 작업은 현장관리자가 하지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건 경영지원팀입니다. 청구 과정의 실수로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려면 경영지원팀의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경비지도사는 매월 대금 청구가 끝나면 경비원의 급여 자료를 준비합니다. 입퇴사, 일할계산, 연차, 대근 등의 근태를 빠짐없이 반영합니다. 급여 계산에 착오가 있으면 해당 직원은 회사로 연락해서 따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경영지원팀에 사정을 설명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경영지원팀장은 경비지도사의 청구서, 급여자료를 확인하지만 경비지도사는 경영지원팀장의 업무 처리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하지 않은데, 경비지도사의 실수를 발견한 경영지원팀장은 나무라듯 말합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경비지도사의 입장이 난처해집니다.
경비지도사가 제출한 영수증이나 현장에서 접수한 증빙 서류의 적격 여부는 경영지원팀장이 판단합니다. 복사본, 팩스본, 사진인쇄, 카드 전표, 현금영수증, 거래명세서 등의 적격 증빙은 경영지원팀장의 요구에 맞게 제출해야 합니다. 현장이나 고객사, 경비지도사의 편의를 봐주기 보다 경영지원팀의 절차를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지원팀장은 모든 직원의 연봉과 인적사항을 알지만 경비지도사는 경영지원팀장에 관한 정보를 알기 어렵습니다. 업무의 특성과 절차 때문에 정보 격차가 생겨서 경비지도사는 경영지원팀장과 동등하게 지낼 수 없습니다.
회사의 사장은 경영지원팀장을 통해서 직원의 근무태도를 확인합니다. 경영지원팀장의 말 한마디에 직원의 평판이 좌우됩니다.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경영지원팀장은 사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 모든 직원의 인사정보를 관리하고 근태를 보고합니다. 사장이 특정 직원의 근무 태도를 물어봤을 때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장이 모르는 정보까지 조목조목 보고하는 경영지원팀장이 대부분입니다. 직원의 동향 보고는 경영지원팀장이 자신의 역할을 사장한테 어필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기자 출신 작가 이남훈은 자신의 책 “필력”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근거는 그 사람의 평소 언행, 인상, 평판이다. 이렇게 내려진 평가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저는 지금까지 경영지원팀장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관리자는 여러 명 봤지만 경영지원팀장을 물리치고 살아남은 관리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실감한 저는 현장에 집행하는 비용을 아껴서 경영지원팀에 간식을 사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