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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심리지능

타인을 위한 척, 그 가면 뒤에 숨은 진짜 게으름

심리지능

“진정한 공감은 어설픈 참견이 아닌, 치열한 자기 몰입에서 나온다.”


자기 일에 미친 듯이 몰입해 본 적이 있나요?


그 뜨거운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참 ‘무심’ 해 보입니다. 누가 무엇을 입었는지, 누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세상이 어떤 가십으로 떠들썩한 지 돌아볼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눈을 팔기엔, 내 안의 목표라는 녀석이 너무나 거대하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정반대의 풍경이 보입니다.


자신의 결과물은 흐릿한데, 타인의 삶에는 고해상도 렌즈를 들이대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무지하게 바쁩니다. 남의 말과 행동, 표정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때로는 걱정을 가장한 참견을 늘어놓으며 ‘착한 사람’의 가면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 그 분주함이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것은 ‘공감’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 ‘가장 화려한 도피처’가 아닐까 싶어서요.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고, 장단점을 뼈 아프게 파헤쳐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이죠. 그 고독을 견디기 싫을 때, 우리는 가장 쉬운 길을 택합니다. 바로 타인의 삶을 가십으로 소비하며 도파민을 채우거나, 어설픈 조언자로 나서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사회성’이라 포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프로(Professional)들은 압니다.

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긍정적 영향력은, 완성된 나 자신이라는 것을요.


자신을 처절하게 파헤쳐 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바닥에 있는 사람에게 진짜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건네는 위로는, 공허한 메아리거나 자기만족을 위한 쇼(Show)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 조금 더 냉정해져도 좋겠습니다.


어중간한 ‘척’으로 남의 인생에 기웃거리는 대신, 차라리 쿨하게 나의 일에 몰입합시다.

상대가 무언가를 이뤄냈을 때, 질투나 분석 대신 “와, 진짜 멋지다!”라고 짧고 굵게 박수 쳐주고, 다시 내 세상으로 돌아와 치열하게 집중하는 것.


믿음용기야말로,

이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를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는 가장 ‘어른스러운’ 태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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