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길들이
혹시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라면 무조건 믿고 드시나요? 만약 그 요리사가 솜씨는 세계 최고인데, 사용하는 식재료가 상했거나 오염되었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화려한 기술로 맛을 내도, 그 음식은 결국 우리 몸을 아프게 할 것입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AI(인공지능)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묘하게도 이 '요리'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AI와 아이는 '거울'입니다
AI는 엄청난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답을 내놓습니다. 마치 천재 요리사처럼요. 하지만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식재료)가 차별과 혐오로 오염되어 있다면, 그 AI가 내놓는 답 또한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채용 시스템이나, 특정 지역을 우범 제대로 예측하는 오류처럼 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가르치는 말보다, 무의식 중에 내뱉는 말투, 표정, 타인을 대하는 사소한 태도라는 '데이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입니다. 우리가 물려준 편견의 조각들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라나, 어느새 아이의 가치관이 되어버립니다.
단순함을 복잡하게 만드는 '편향'의 함정
우리는 종종 단순한 진리를 애써 외면하려고 복잡한 논리를 끌어오곤 합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혹은 익숙한 편견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어서 말이죠.
오염된 식재료를 가리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쏟아붓는 것처럼, 편향된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잡한 변명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생각의 출처를 묻는 용기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이라는 필터를 끼워보면 어떨까 하고요.
"이 생각은 정말 나의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인가?"
"나는 내 아이에게, 그리고 AI에게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인가?"
AI 개발자가 데이터의 출처를 검증하듯, 우리도 우리 생각의 출처를 검증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란 남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내 마음속 텃밭에 잡초를 뽑아내는 호미와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낯선 이와 토론하고, 당연한 것에 "왜?"라고 묻는 일. 그 단순하고도 꾸준한 과정만이 오염된 세상에서 우리 자신과 다음 세대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요리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에는 어떤 재료로 만든 생각이 올라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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