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지금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데이터 인문학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참 계산에 어두운 바보였습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살았는데, 이제 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 셈법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우리는 흔히 시간을 돈으로 교환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간은 생명이고, 돈은 그저 수단입니다. 가장 소중한 생명(시간)을 뚝 떼어주고, 고작 수단(돈)을 얻으려 했다니. 이 얼마나 밑지는 장사입니까.


더 큰 문제는 그 교환의 '비율'을 내가 정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내 시간의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직장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내 시간의 가격표는 언제나 '타인(회사, 상사, 고용주)'이 붙입니다.


타인의 주관과 나의 바람이 일치할 확률? 슬프게도 0%에 수렴합니다.

그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을 얻으려 하고, 나는 내 시간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니까요. 결국 남이 주는 교환가치에 내 인생을 맞추려다 보면, 우리는 영원히 "이건 아닌데..."라는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교환의 주체도, 가치를 판단하는 심판도 '나'여야 한다고요. 그것이 바로 '직장(Place)'이 아닌 '직업(Vocation)'을 갖는 일입니다.


직장은 남이 만들어둔 틀에 나를 끼워 맞추는 곳이지만, 직업은 내가 가진 업(業)으로 세상과 직접 거래하는 일입니다.


물론 두렵습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 "아, 그때 시작할걸" 하고 후회하는 제 모습입니다. 다 늙어서 깨달아봤자, 세상은 냉정하게 "너무 늦었다"라고 말할 테니까요.


아직 움직일 힘이 있을 때, 내 목소리에 힘이 있을 때, 타인의 저울에서 내려와 나만의 저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잃을 게 너무 많다면 타협해야겠지만, 착각 속에 안주하며 살지는 않으려 합니다. 남이 매겨주는 가치는, 죽었다 깨어나도 '진짜 내 가치'와 같을 수 없으니까요.


지금, 당신의 시간은 누가 가격을 매기고 있나요?


IMG_2860.JPG © 2001-2025 ROYLIM | www.roylim.kr


© 2025. Digitalian. (CC BY-NC-N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포라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