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옛날부터 햇빛이 물 위에 잘게 부서져서 반짝이는 풍경을 보는 게 좋았다.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간직해 온 어린 날의 생채기들도, 햇빛이 드는 각도에 따라 반짝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을까.
반짝이는 것들이 위로처럼 느껴졌던 건,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가 빛나는 무언가를 갈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옛날 일을 그다지 곱씹는 편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항상 모든 순간이 그랬다. 그건 기억의 연속성이 만든 선택, 경험의 축적이 이끈 행동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틀린 선택을 했을지언정 꼬인 이 문제를 되짚어 풀어나갈 수 있는 것도 결국 나라는 소리.
이혼 소송이 시작된 후로 마음이 헛헛해서인지 일상에 낙이 없어서인지, 이혼 때문이라는 핑계로 작고 반짝이는 것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집값 폭등에 전국이 떠들썩대는 마당인데 월세에 관리비로 140만 원을 허공에 뿌리고 나면 내게 남은 건 허기진 마음뿐. 외로움을 달래기엔 금만 한 게 없었다. 금붙이를 사모으는 건 투자라는 명목의 소비 끄트머리쯤에 해당했고, 나는 기쁜 일이 하나 없는데도 뭘 그렇게 기념하고 싶었다.
기록은 언제나 성공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본능적으로 큰 호응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수많은 실패와 사고로 엉켜있고 어디서나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내가 사들인 반짝이는 조각들도 결국 내가 살아냈다는 증거이자, 아무도 써주지 않을 나만의 자서전 한 페이지였다.
새로 산 명품 귀걸이가 단지 귀걸이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임을, 타투처럼 내 삶에 새겨진 내러티브이기를 바란다. 이 모든 작고 사소한 반짝임들이 언젠가 나를 다시 비추는 빛이 되어주기를.
(아직도 이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 지겨워! 아 아까워 내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