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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강원대 교단에서 얻은 선물

by 오박사

강의 4년 차에 접어들면서 강의 반응이 점점 좋아졌고, 그만큼 자신감도 붙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가슴 뛰는 도전을 거듭할수록 스스로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자기 계발 모임에서 알게 된 형님이 있었는데, 그는 강원대학교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수업시간에 특강 형식으로 나와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 교단에 선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나 그의 마음이 바뀔까 싶어 곧장 “무조건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여름 방학이 끝난 뒤 2학기 개강 2주 후로 날짜가 잡혔다.


그날 특강에 나와 함께할 사람은 자기 계발 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 한 명과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 한 명이었다. 우리는 각자 한 시간씩 맡아 강연하기로 했는데, 괜히 경쟁심이 생겨 두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주제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나의 인생 이야기였다. ‘시키는 대로만 살던 내가 어떻게 능동적인 삶을 살게 되었는지, 가슴 뛰는 일을 찾아다니며 느낀 즐거움, 그리고 여전히 도전적인 미래를 꿈꾸는 이유’—그것이 내 강의의 뼈대였다.


자료를 준비하며 강단에 서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니, 하루빨리 청춘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렸다. 조금 먼저 이 세상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동이었다. 기다림은 길게 느껴졌지만 결국 그날이 다가왔다.


강원대학교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 뒤 다시 지하철로 두 시간가량을 달려야 했지만, 그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대학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은 요동쳤고, 교정에 들어서니 웅장한 기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대학 캠퍼스는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교수실에서 우리를 초대한 형님과 일행을 만난 뒤, 차 한 잔을 나누고 강의실로 향했다. 이미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는 순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되자,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향했고, 그 기운에 힘입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웃음 포인트가 적중할 때마다 흥이 배가되었고, 마치 작두를 탄 듯 신나게 강의를 이어갔다.


내 강의가 끝난 뒤 동생의 강연이 이어졌는데, 나와 결이 비슷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인 친구의 강연은 달랐다. 그의 이야기는 잔잔했지만 울림이 훨씬 깊었다. 나와 동생이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자 했다면, 그는 철저히 학생들에게 집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감췄다. 그 순간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 강의가 성공적이었음에도, 진정한 강사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학생들 중 상당수가 내 강의에도 큰 울림을 받았다고 전해주었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감사 인사를 보내오는 학생들도 있어 뿌듯했다. 그날 나는 부끄럽지만 동시에 행복했고, 무엇보다도 배울 것이 많았다. 돌아보면 그 특강은 학생들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또 하나의 전환점을 선물해 준 값진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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