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강사제도가 생기면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모임이 있었다. 바로 ‘고객만족 강사’들이다. 매년 약 20명을 선발했는데, 기수별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강사들만의 끈끈한 유대감도 남달랐다. 그래서 강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객만족 강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2주간의 교육 과정 때문에 쉽게 지원할 수는 없었다.
2015년부터 기회를 엿보았지만, 근무 공백이 부담스러워 매번 지원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8월 지역경찰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역경찰은 교대근무라 팀원들이 나눠 근무를 할 수 있었기에 2주간 교육에 다녀와도 큰 지장이 없었다. 다만 내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이들의 휴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는 없을 것 같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회식 자리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는데, 다행히 팀원 모두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고객만족 강사 9기에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20명 안에 이름을 올렸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교육이 시작되었는데, 5명씩 한 조로 편성되어 모둠형 교육이 진행됐다. 총 네 명의 강사진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능숙했고, 불의의 질문에도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들의 스킬을 한 줄도 놓치지 않으려 적고 또 적었다.
과제도 매일 있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아, 그래서 다들 고객만족 강사, 고객만족 강사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원하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함께 교육받은 동료들도 유쾌했고, 매일 같이 회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유대감은 강사진에게서 비롯된 것이었고, 회식 자리에는 선배 기수들이 찾아와 응원해주기도 했다.
첫 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그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대부분 교육이라고 하면 힘들어하기 마련인데, 나는 오히려 교육이 더 이어지길 바랄 정도였다. 다시 교육장으로 향하는 월요일 아침, 가족을 만나는 듯한 반가움이 밀려왔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이제 곧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커졌다.
둘째 주도 토론과 발표로 뜨거웠고, 저녁마다 이어지는 회식은 서로의 마음을 더 단단히 묶어주었다.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8분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주제는 모두 ‘고객만족’이었고, 나는 ‘원 플러스 원’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했다. 하나의 현상과 그 이면을 연결해 풀어낸 내용이었다.
발표는 20명 중 12번째였는데, 나름 치열하게 고민해 준비한 덕분에 반응이 좋았다. 발표가 끝난 뒤 다른 교육생들이 “오!” 하고 탄성을 내질렀고 강사님은 최종 피드백에서 “오종민 강사님의 발표에는 피드백할 게 없네요. 청중과의 호응도 좋았고, 질문과 흐름도 매끄러웠습니다. 고객만족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 눈빛에 힘이 너무 들어가 레이저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순간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2주간의 여정은 끝났고, 교육 후유증처럼 그리움이 두 달 이상 이어졌다. 결국 우리는 계모임을 만들었고 지금도 1년에 한 번 이상 만나고 있다. 제주도에도 함께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아쉽게도 고객만족 강사 제도는 10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객만족 강사 교육은 내 강의 실력과 생각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준 소중한 경험이었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