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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협박·달콤한 속삭임, 보이스피싱의 3단계 수법

by 오박사

'카드배송' 보이스피싱이 어느 정도 알려지자 이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수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법은 이렇다. 피해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피싱범 : 00 캐피털입니다. 사은품으로 세탁기를 설치하러 왔습니다.

피해자 : 네? 전 00 캐피털을 쓴 적 없는데요

피싱범 : 이상하네요. 그럼 제가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려드릴 테니까 여기에 전화해 보세요.

고객센터 : 네 00 고객센터입니다. 혹시 고객님의 휴대전화가 해킹되었을지도 모르니까 저희가 보안 검사를 대신해드릴 테니 지금 보내드리는 어플을 설치해 주세요


피해자가 원격어플을 설치하면 고객센터라고 한 곳에서 원격으로 조사하는 척하며 다시 피해자에게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경찰관에게 연결해 준다고 말한다.


경찰관 : 선생님 명의가 도용되어 통장이 개설되었네요. 그리고 그 통장에서 수억 원이 인출되었고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고소가 접수된 상태입니다. 선생님이 공범으로 지명된 상태이니 담당 검사와 통화를 한 번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검사 : 선생님은 지금 통장 도용 사기 공범으로 수배가 된 상태입니다.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극비수사에 해당되는 것이니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경찰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검사 : 자 그럼 자산 검수를 해야 하니 보유 재산을 하나의 주거래 계좌로 모아놓으세요. 그리고 금융감독원에서 연락드릴 겁니다.


금융감독원 : 선생님의 계좌가 현재 해킹당해서 금전이 유출될 수 있으니 저희 국가안전계좌로 잠시 이체시킨 후 안전성이 확보되면 돌려드리겠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이들의 말에 현혹되어 돈을 안전계좌라고 말한 곳으로 이체한다. 자! 피해자는 왜 이런 수법에 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


우선 이들은 캐피털, 고객센터, 경찰, 검사, 금융감독원 등 우리가 평소 접하기 힘든 많은 기관을 한 번에 들먹이며 피해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계속 사람을 바꾸어가며 정신없게 만드니 피해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찰, 검사, 금융감독원은 마치 큰일이 난 듯 연기를 하며 피해자를 구속할 것처럼 은근히 협박하며 다시 자신들이 구세주가 되어줄 것처럼 달콤하게 속삭인다. 그러니 이들은 구세주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상함을 느껴 중간에 112 또는 실제 금융감독원등에 전화를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깔려있는 어플로 인해 모든 전화는 피싱범에게 향하게 되어 있었고 결국 그들은 이 모든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피싱 공격에 당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누군가가 권유하는 어플은 절대 깔지 말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 경찰, 검사, 금융감독원은 전화로 수사지시를 하지 않고 금전 이체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만 기억해도 피싱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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