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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평준화된 세상에 던지는 기괴한 상상 한 접시

by 오박사


냉장고를 부탁해는 유명 셰프들이 요리를 겨루는 방송이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셰프가 아닌, 요리와 전혀 무관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웹툰 작가 김풍이다. 놀랍게도 그는 쟁쟁한 셰프들을 제치고 현재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의 요리가 셰프들보다 더 뛰어나서일까? 아니다.


김풍의 요리는 언제나 출연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셰프들의 요리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그들의 요리는 대체로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김풍의 요리는 엉뚱하다 못해 “정말 먹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기괴하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맛을 보면 모두가 놀란다. 심지어 셰프들마저 그의 요리에서 배울 점을 찾을 정도다.


오늘날 세상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익숙해졌다. 그래서 MZ세대는 늘 새로운 문화를 찾고, 때로는 기성세대가 그 흐름을 따라간다. 김풍 작가의 상상력은 바로 그 갈증을 자극한다. 그는 상상력과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선사하며, 거기에 혀의 즐거움까지 더한다. 사람들은 그의 요리에 기대감을 품고, 그가 요리하는 과정을 함께 즐기며 스스로도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김풍의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눈과 감각, 그리고 입을 모두 즐겁게 하는 경험이다. 그리고 평준화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를 그의 요리는 은근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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