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31. 달의 뒷면을 보는 법

by 오박사

인류는 평생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물론 탐사 로봇이나 우주선을 타고 간 소수의 사람들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인류는 달의 앞면만을 바라볼 뿐이다. 우리는 그 뒷면을 직접 보지 못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눈앞에 보이는 달의 앞면을 근거로 “뒷면도 비슷하겠지”라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사람을 판단하거나 상황을 이해할 때, 우리는 굳이 모든 것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맥락을 파악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순간 많은 오류가 생긴다. 달은 일정한 궤도로 고정되어 있지만, 사람과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뒷면이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 같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 우리가 이해한 사람이나 상황의 이면도 언제나 다를 수 있다. 달의 뒷면이 움푹 패여 있을지, 혹은 물로 덮여 있을지는 직접 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면, 그 이면의 복잡한 진실을 놓치게 된다.


우리는 흔히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이면을 탐색하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놓치고, 때로는 타인을 오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면을 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겸손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실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타인의 거짓이나 착각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머릿속에 처음 떠오르는 생각에 갇히지 말자. 그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설 때, 우리는 비로소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 않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30. 평준화된 세상에 던지는 기괴한 상상 한 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