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잘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쉬는 날에도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려 뭐라도 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2013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이후로는 더욱 바쁘게 달려왔다. 특히 2021년, 직장협의회장을 맡으면서는 에너지 사용의 정점을 찍은 듯했다. 그러다 2022년 초, 연달아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생겼고, 과도하게 쏟아낸 에너지 탓인지 내 마음은 쉽게 무너져버렸다.
나는 늘 긍정적인 사람이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금세 회복하곤 했다. 그래서 주변에 우울증을 겪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걸 스스로 극복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마음이 약한 탓이라 여겼다. 나는 그런 일이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고, 남들이 흔히 겪는 갱년기조차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이 찾아왔다. ‘깊게 숨을 쉬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숨이 턱 막힌 듯 하루 종일 이어졌고, 누워 있을 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눌렸다. 하루 정도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어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결국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해야 했다.
출근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놀란 나는 밖으로 나가 주차장을 몇 바퀴 돌며 숨을 고르려 했지만, 답답함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그제야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구나’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일요일에 축구를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틀만 버텨보자 마음을 다잡았다. 2017년부터 조기축구를 시작한 나는, 경기 전 일기예보까지 챙겨볼 만큼 축구를 좋아했다. 축구하는 날이면 새벽 5시에 눈이 떠질 정도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축구를 하면서도 답답함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축구가 재미없게 느껴졌고, 그때서야 ‘내가 정말 위험한 상태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의미없게 느껴졌다. 낮에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달라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다. 밤마다 세상의 어둠이 몰려오는 듯했고, 머릿속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잠들지 못한 채 긴 밤을 보내는 날이 늘어날수록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어느 순간, ‘이 고통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죽으면 괜찮아질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스스로가 무서워졌다. 그제야 나는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왜 그 선택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슬퍼서가 아니라, 끝없는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었다.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졌고, 거울 속의 나는 더 이상 나 자신 같지 않았다. 밤은 여전히 두려웠고, 이젠 낮마저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아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