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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경찰 직장협의회, 처음 그 자리에서

by 오박사

나는 밀양경찰서 초대 직장협의회장을 맡아 활동한 후 1회 연임되어 제2대 회장이 되었다. 임기 동안 직원들을 위해 국회의원을 만나고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을 벌이며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또한 경남경찰청 소속 23개 경찰서 직장협의회장 모임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0년, 직장협의회법이 통과되며 경찰도 마침내 직장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년 뒤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직장협의회법 개정을 통해 전국 단위 연합체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각 경찰서 또는 경찰청별 비공식 모임 형태로 이루어지던 활동이 법적으로 하나의 전국 단체로 제도화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연합체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전국 각지의 경찰서 회장들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모여 1박 2일 동안 회칙 작성과 조직 구성 등 기본 틀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회의 초기부터 잡음이 시작되었다. 법 개정 전 비공식적으로 전국 연합을 표방했던 단체가 준비위원회를 주도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그룹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될 가능성이 커 각 경찰청에서 한 명씩 대표를 뽑아 준비위원회를 꾸리자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결국 200명의 회장단 투표가 이뤄졌고, 109대 91로 각 청별 대표 체제로 결론이 났다.


난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경남청 연합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경남청 대표는 바로 당신입니다"라는 말에 황당했지만 이미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경남청 대표 준비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일주일 뒤 모였던 첫 준비위원회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위원장과 임원진 선출, 회칙 논의 등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의견 충돌이 빈번했으며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이 심화되었다. 나는 중립을 지키며 옳고 그름에 집중하려 했고, 경남청 대표로서 할 말을 하며 책임감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회의록 작성을 담당했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준비위원 임원진에도 선출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역할이었지만,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녹취록과 회의록 작성에 최선을 다했다.

임기 내 회칙을 완성하고 회장을 선출해야 했기에 시간은 촉박했고,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가안'을 만든 뒤 조항별로 이견이 있는 부분은 1안, 2안, 3안으로 나누어 각 경찰청 대표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일주일 뒤, 충남의 한 리조트에서 1박 2일 워크숍이 열렸다. 치열한 논의와 갈등이 이어졌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위기감을 조성해 결론으로 이어졌다. 결국 회칙이 완성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까지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이 되자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을 인정하고 격려했다.


그 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초대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장을 선출했고, 나는 그해 7월 밀양경찰서 직장협의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전국 단위 직장협의회가 발족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경찰 직장협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음을 뿌듯하게 느꼈다.


처음엔 귀찮다는 이유로 마다하려 했던 일들이었지만, 경남청 회장들의 믿음에 감사했고, 치열한 토론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함께한 동료들의 열정과 지식 또한 잊을 수 없다. 2022년 직장협의회를 내려놓으며,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즐겁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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