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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내 마음 속 싸이코 패스

by 오박사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믿음이 오히려 자신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 이미 스스로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린 이들은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경향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경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행동에 묘하게 동조하거나 “영화니까 괜찮아”라며 잔혹함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악당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장면에서는 “악당이니까 죽어도 마땅하다”는 식의 통쾌함까지 느낀다. 어쩌면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하나쯤 숨겨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철저히 부정한다. 그들과 우리는 전혀 다른 존재여야 한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 속에서 우리 내면의 어두움은 점점 깊숙이 숨어들고,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을 ‘정당한 사람’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최근의 드라마를 보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조차 헷갈릴 만큼 많은 인물들이 광기를 드러낸다. 마치 우리 안에 자리한 어둠에게 경고하는 듯하다.


결국 이 모든 메시지는 같다. 스스로를 선하다고 정당화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마음속 어둠에 잠식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경계하고, 옳음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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