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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아이들의 세상을 가두는 어른들

by 오박사

사람은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 안에서 살아간다. 더 많이 알고 더 넓게 이해할수록 그 세상은 풍성해지고, 선택할 수 있는 길 또한 다양해진다. 반대로 자신이 아는 세계가 좁을수록 그곳만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며, 외부의 다른 가능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어른에게서 나타날 때이다.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까지 자신이 만든 좁은 세계 안에 가두려 한다. 아이는 그 경계를 벗어나선 안 되며, 벗어나려는 순간 ‘나쁜 아이’로 규정된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너무 넓고 복잡한 세상을 마주하며 자란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생각하는 ‘안전한 세계’를 강요하는 순간, 아이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다 결국 무너지거나, 혹은 저항을 선택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마저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아이를 ‘나약함’으로, 반항하는 아이를 ‘버릇없음’으로 치부하며 더 큰 권위와 압박으로 눌러버린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 순응하거나 좌절하거나, 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넓은 세상 속으로 던져져 파도에 휩쓸리곤 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곧 진실은 아니다. 우리는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 진실 너머에는 언제나 더 넓고 깊은 세계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세상을 보고 탐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곧 어떤 세계든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어른의 용기와 열린 마음에서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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