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파도가 휩쓸고 간 해변은 생기를 잃었어.
새벽 한기가 느껴질 만큼 무섭게 창백한 채로.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본 적 있니.
저들이 두려워하는 건 그런 잔인함일 거야.
바다의 살인법은 질식이 아니라 탈진이니까.
허우적거린 두려움보다
목숨을 부지한 끝에 알게 된 허무일 테지.
너울보다 깊은 게 우울이라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처럼 시대는 어둡기만 하다.
수 천, 수 만 번의 너울들이 밀려올 때.
Endurance.
결코 지지 않길.
삶이 항상 무심하기만 하진 않을 거니까.
우울을 앓는.
우울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