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의 초기 애착 형성과 생후 1000일의 중요성

by 이소원

1. 아이의 초기 애착 형성과 생후 1000일의 중요성



아이의 생후 첫 1000일은 정서 발달과 애착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약 3년간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기본적인 신뢰와 안정감은 이후의 정서적 발달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생애 초기 애착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볼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초기 애착 형성은 아이가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의 아이는 다른아이들의 발달과정과는 다르게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엄마와 눈맞춤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조금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산만했지요. 그래도 아이들마다 성격과 패턴이 다르려니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으며 아이의 Acting이 크고 충동조절이 잘 안되고 호기심에 아무거나 만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무언가가 심각한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생후 만 3세쯤, 꾸준히 진료다니던 인도 뉴델리의 소아과 의사선생님께서 큰아이가 ADHD(Hyper activity)인 것 같다며 전문 기관으로 가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유하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그렇게 상담받을 정도로 영어가 뛰어난 편도 아니었고 거주하는 집과 병원의 거리가 매우 멀어 다니는 소아과도 가기 벅찬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어느정도 흘려들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Covid-19)가 터졌고 Lockdown이 생기며 함부로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열악하고 위생이 좋지 않은 환경의 인도는 점점 더 심해져 하루에 40만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던 때 결국 아이들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KakaoTalk_20250506_104749602.png [시체 묻을 곳이 없어 공동 화장하는 인도 / 출처 : 한겨레]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아이를 데리고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고 충동적이던 아이의 불안정한 상황을 하루 빨리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아이 손을 붙들고 가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결과는 정말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1%의 ADHD인 가능성이 높다” 라는 진단을 받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눈물로 밤을 지새며 저를 자책했지요.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심리상담센터에서 조언해주는 대로 아이와 부모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는 특수 놀이치료와 감각통합 수업을 권유 받아 진행했습니다. 당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충동적인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저 역시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마음이 급했습니다. 심지어는 아이가 모든 아이들 앞에서 돌발행동을 하여 선생님으로부터 몇번의 전화를 받으며 밤에는 아이를 붙잡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놀이치료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돕고 충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오히려 치료 시간 외의 일상에서 불안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놀이치료와 감각통합 수업으로 잠시나마 증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불안정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저는 이러한 조치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발행동을 할 때 마다 저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 더 불안감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저를 크게 당황하게 했습니다. 부모의 존재가 옆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아이의 정서적 반응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점차 치료의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심리 상담 전문가로부터도 "아이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는 놀이치료와 특수수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다시 인도로 돌아오고 국제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다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친구들 없이 배우고 생존해야했으며 저는 전세계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장동료 1위 인도 직장인들 (핑계대고 일거리 피하기 일쑤인 인도인 직원들)과 공무원들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결국 아이의 증상과 불안은 날로 더 심해지고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1달에 2회씩은 학교에 불려가는 학부모 신세가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때마다 눈물로 미안하다며 사과만을 반복하고 나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아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담임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소독 스프레이가 신기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스프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하필 뿌린 곳이 본인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 급하게 전화가 와 아이를 어서 안과로 데리고 가라고 하여 헐레벌떡 학교로 가서 안과진료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나마 스프레이가 덜 들어왔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혹시 따돌림을 당했거나 누가 괴롭혔나 싶은 마음에 아이에게 정말 너가 그랬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아이는 “내가 안했어, 내가 그 때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옆에 디디(보조헬퍼직원)가 뿌린 것 같아” 라는 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만 이성을 잃고 학교에 전화하여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는데 옆에 디디(보조헬퍼직원)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희망을 붙잡고 CCTV를 보길 요청하였습니다.

사건은 커지고 커져서 초등담당 교장선생님과 부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상담코디네이터 모두가 모여 CCTV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이는 모든 장면을 본 이후 사과의 말만을 연신 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뿌린 것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전 진심으로 절망스러웠고 아이에 대한 자괴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자책감에 헤어나오지를 못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상담받던 심리상담센터에 이런상황을 설명했더니 이렇게까지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하였습니다. 결국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특수 상담 교사를 붙여야 한다는 권유를 하였고 특수 상담 교사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퇴학을 하기를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후에는 그저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만 급급했었습니다.



그리고 감각통합치료도 권유받아 인도 내에 있는 치료센터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IMG-20250402-WA0008.jpg
IMG-20250402-WA0010.jpg
[감각통합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첫째]





아이와 저는 주변 자폐아들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열악한 시설의 감각통합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것에 점점 더 지쳐갔고 아이는 치료센터 다니기를 매일같이 거부하여 항상 피곤한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동생과 같이 있는 시간을 내기위해 호캉스라도 가면 어떨까 하여 차량으로 편도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구르가온 (Gurgaon)이라는 지역으로 호텔을 예약했고 그곳에서 1박을 하면서 아이들과 충분히 시간을 가졌더니 아이가 안정감을 찾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통해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아이가 놀이치료와 같은 외부적 조치뿐만 아니라, 저와의 깊고 안정적인 유대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생후 첫 1000일 동안 형성된 애착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저와 함께 있을 때 아이가 평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면서 였습니다.



아이와의 유대가 깊어지면서, 아이는 치료 시간 외의 일상에서도 점점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ADHD및 부모자녀간의 유대감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찾아보면서 생후 1000일 동안의 애착 관계가 단순히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넘어, 아이가 세상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 빨리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 모스틴 볼비의 연구에 따르면,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새로운 환경에서도 두려움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이는 점차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저와의 신뢰를 통해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애착 형성의 중요성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생후 초기의 안정된 돌봄과 애착 형성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이후에 사회적 관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는 부모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애착이 형성된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 이 연구 결과에 공감하게 되었고, 아이가 저와 함께 있을 때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을 통해, 생후 초기 애착 형성이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초기의 애착 형성은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장소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마다 저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던 과정들이 쌓이면서, 아이는 이전보다 더 쉽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에드워드 존 모스틴 볼비가 말한 안정된 애착 형성이 아이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는 이론과도 일치합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에 있어 생후 1000일 동안의 애착 형성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안정된 애착 관계는 아이가 여행 중에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 또한 애착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프롤로그 : 왜 여행이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