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선택하는 용기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깁니다. 최근까지 졸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제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졸업 프로젝트, 취업 준비, 매주 이어지는 면접과 코딩 테스트가 제 일상을 잠식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2022년 2월 군 전역 이후, 저는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로 1년 6개월, 학부 연구생으로 1년, 그 사이 세 번 이상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년 동안 과 수석을 놓치지 않으며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쉼 없이 노력해왔어요.
졸업을 앞두고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어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만난 더 열정적이고 뛰어난 사람들 앞에서 제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불안감은 저를 더 다그치게 했고, 동시에 취업 준비에도 쉼 없이 매달리게 했습니다. 매주 이어지는 면접과 코딩테스트, 부족한 잠, 끝없이 쌓여가는 공부량 속에서 마음 한 켠은 점점 답답해졌죠.
12월, 일주일에 세 번씩 면접을 보는 ‘미친 일정’을 소화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상태로 회사에 들어간다면 정말 기쁘게, 진심을 다해 일할 수 있을까?” 불안과 답답함, 그리고 다시금 찾아온 불면증은 몸과 마음에 빨간 불을 켜고 있었습니다. 문득 깨달았어요. “지금 이 순간을 이렇게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일까?”
그 순간, 저는 잠시 멈추기로 결심했습니다. ‘포기’라기보다는 ‘잠깐 쉬어가는 선택’이라 부르고 싶어요. 이미 이번 주까지 잡힌 일정들은 책임감 있게 마무리한 뒤, 더 이상 무리한 취업 준비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취업을 위한 대답과 스토리, 합격을 위한 자기소개서. 물론 이런 전략들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지금 이 순간 제 내면의 진짜 목소리가 너무 그립습니다. 한동안은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보려 해요. 제 가치관과 생각을 정리한 뒤, 그 때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합격을 위한 답변이 아니라, 진짜 제 이야기를 자신 있게 전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습니다.
먼저 1~2주 정도는 완전히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굳이 역동적일 필요는 없어요. 고요한 장소에서 쉬며, 그동안 미뤄왔던 저만의 내면 여행을 떠나볼 생각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개발자였는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차분히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쉼’이라는 과정을 무시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지금이 제일 치열한 시기이니 조금만 더 참아봐”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이 시점을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지금 이 멈춤이 긴 시간 달려온 저를 더 큰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기회라고 확신합니다.
취업만을 위해 돌아가지 않는 톱니바퀴가 되어보려 합니다. 조금 느슨하게, 하지만 진솔하게 저를 마주하며 또 다른 출발선을 그리려 합니다. 이 전환점이, 앞으로의 제 삶을 더 단단하게 다듬어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