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너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라는 명대사가 있었다.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을 누구보다 챙겨주고 위해주는 소중한 친구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따뜻한 별명을 붙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장면이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정말 나에게 넘치게 과분할 만큼 감사하게도.
그 친구는 내가 아프고 난 후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내 생일마다 우리 집 앞으로 직접 찾아와 선물과 편지, 케이크를 전해주었다. 미리 말하면 내가 미안해하고 거절할까 봐 몰래 집 앞에 찾아와서 ”빨리 내려와~“ 라며 나를 부르고는 서프라이즈로 케이크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꼭 안아주었다. 사실 아프고 나서는 인간관계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내 주변에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았다. 몸이 약한 내가 친구를 자주 만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들 바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기도 조심스러웠으니까. 회사 이야기, 결혼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내 투병 이야기만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것도 마음에 걸렸다. 공통 분모가 점점 줄어간 것이 컸다. 물론 친구들은 나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어느새 점점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마음의 거리도 조금씩 멀어져 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건 언제나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 친구는 그럼에도, 내가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고 잘 만나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임에도 변함없이 꾸준히 내 옆에 묵묵히 있어 주었다. 그 친구와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나 중2병을 같이 유별나게 겪어내곤 고등학교는 다르게 진학했지만 시내에서 틈만 나면 만났다. 수능이 끝나고는 친구가 추천해 준 곳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도 했고, 대학교 입학해서는 기숙사에 몰래 들어와 함께 비밀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함께면 그저 즐거웠다.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부터 정말 속 깊은 이야기까지 그 친구와는 모두 나누었다. 그 친구여서 내 깊은 곳에 있는 마음까지 모두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갑자기 큰 병에 걸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친구는 항상 내가 사는 동네까지 잠깐이라도 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고마워하는 나에게 당연한 거라며 항상 웃어 보였다.
어쩌면 남들보다 조용하게 크게 축하받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나의 생일을, 그 친구는 항상 밝게 밝혀주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버스를 여러 번 환승하고 두 손 가득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나를 몰래 찾아오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벅찬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단지 이 친구가 항상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내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포근히 안아주는 그 친구의 넓은 마음이 하늘에도 닿았으면 좋겠다. 마치 삭막한 겨울날 내리는 포근한 함박눈 같은 내 친구. 부디 그 친구의 모든 앞날에 따뜻한 온기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고마워.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 너무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