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추천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었다. 저자는 뉴요커로서 전도유망한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이른 나이에 찾아온 형의 죽음을 가까이서 목도한 후 충격을 받고 자발적으로 미술관 경비원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10년을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예술작품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동서양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의 문화를 추적하며 건축, 조각, 회화, 서예 등의 작품을 세심하게 관찰했고 관련 자료를 탐색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길렀다. 생업을 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경비직을 선택했지만, 덤으로 무제한 접할 수 있는 걸작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느낌을 기록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바라본 예술품에 대해 느낀 점,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의 소박한 삶을 소재로 동 책을 썼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 자신도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바가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주소를 찾아 회원가입을 마쳤다. 매일 잠깐씩 들러 새로운 소식을 살핀다. 박물관 소속 큐레이터의 편지도 이메일을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현재 기획전시 중인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백인과 정복자의 관점에서 영화 정도로 어슴푸레 짐작하던 그들의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다 관련 전문가들이 동 전시와 관련 학회를 개최했는데 새로운 지식을 얻음은 물론 온몸이 갈구하던 시원함이란 호사를 누렸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을 두려워한다. 생판 모르는 환경에 발을 딛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는 문외한이란 말을 자꾸 들먹인다. 조금 겸손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가? 누구나 조금밖에 모른다. 관심과 호기심이 발동하면 행동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용어에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 검색하면 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장마도 더위도 길다. 건강한 이들도 진이 빠질 수 있는 날씨다. 한편으론 지구 온난화에 신경을 쓰지 못한 만큼 대가를 치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독한 열기를 앉아서 마주하고 있기만은 그렇다. 나처럼 은퇴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한번 움직여 보기를 권한다. 잠시는 땀을 흘릴지 모르지만 시원한 곳이 의외로 많다. 박물관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