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딤돌 Oct 23. 2024

우리들의 갈등 해결 절차

   

  처음에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불문율을 충실히 따른다. 다툼 당사자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목의 정맥은 최대로 팽창 수축을 반복한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을 텐데도 가정교육의 덕분인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악을 써야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에  삿대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다음에는, 상대가 너무 차분하고 이성적이어서 방방 뛰어봤자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잔머리가 재빨리 뇌 속을 헤집고 다닌다. 전광석화처럼 결론을 내렸다. 양보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이렇게 내뱉는다. “우리 인간적으로 합시다.” 그럼 바로 직전까지 다투던 모습은 동물적이었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말인가?


  마지막으로, 어느 쪽도 수긍하지 못하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법대로 합시다.” 내키지 않지만 같이 갈 곳은 경찰서다. '나의 사전에 양보는 없다'를 끝까지 준수한다.  "천조국"이라는 나라를 닮아가는 모양이다. 그곳에서는 안녕하세요란 말이 가장 사용빈도가 높고 그다음 순위는 이것이라 한다. “당신을 고소하겠어요!”


  이런 행태가 현재 우리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협상이란 국가 간 외교나 영업 세계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 사인 간에도 협상을 하고, 당사자의 적절한 양보가 있을 때 무리 없이 원만한 해결점에 도달할 수도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가급적 얄팍한 수를 먼저 떠올리지 않아야 세상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게도 구럭도 잃는다는 말이 있다.” 밀물이 들어오는 때인 줄을 모르고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다 보면 바닷물이 금방 들이닥쳐 애써 채취한 수확물뿐만 아니라 바구니까지 쓸어 가버린다는 뜻이다.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하면 다행인 상황이다. 어리석음도 우리 삶의 일부겠지만 굳이 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한정된 우리 몸의 에너지를 욕심 말고 다른 곳으로도 배분해 보자! 우리에게 부여된 시간은 인간답게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수없이 듣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조심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