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여름이 가고 있지?
창을 다 열고 자다 새벽에 추워 혼났다.
그동안 열기와 습기를 없애 보려고 얼마나 애를 썼게. 지독한 싸움이었어. 에어컨에 보일러까지. 사용한 에너지 비용을 내라는 고지서를 보니 올해도 내가 졌더군.
그런데 하나님의 손짓 한 번에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제압되니, 계절마다 겪는 전지전능하심이라도 참 새삼스러워.
니가 준 선물로 아주 푸졌다.
그렇잖아도 뭘 좀 먹여서 훈련소에 보내고 싶었거든. 2차 신체검사를 했는데 그 키에 57kg밖에 안 나간대.
하긴 지 아빠도 옛날엔 무지 말랐잖니.
낙지를 갈비탕에 넣으려고. ‘삼성식육식당’이라고 그 집 갈비탕이 맛있어.
새벽시장에 가 낙지를 봤는 데 비싸. 얘들도 여름이 힘들어 견디질 못하고 많이 죽었대. 5만 원 주고 세 마리 샀어.
포장해 온 갈비탕 팔팔 끓여 살아 꿈틀거리는 걸 집게로 잡아 두 마리 넣었어.
지성이는 아직 자고 있고.
네 사람에게 다리 네 개씩. 길고 빨간 다리가 야들하니 진짜 맛있어 보여.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저마다 일로 집중하느라 부엌에 관심이 없을 때 지성이를 깨웠지.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애를 끌고 와 식탁에 앉히고 냉면 대접에 갈비탕을 듬뿍 떠 남은 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얹어 주었어. 그런데 너무 많다며 짜증을 내잖아.
등짝을 살짝 때리며 조용하라고 했어.
일곱 살 때 텔레비전에서 군인이 나오니까 무섭다고 자긴 군대 안 간다 고 엉엉 운 일이 있었다.
모양이 너무 귀여워 웃으며 꼭 안아주었는데.
일이 실제에서는 반대가 될 것 같아.
나는 울고 아들은 웃으며 떠나겠지.
군대가 아니라도 이제는 보내는 일만 하게 될 것 같아.
이 아이가 나에게 왔을 때 마냥 슬프기만 했는데. 하필 나 같은 미천한 사람인가 해서.
별로 잘해 주지도 못했는데 벌써 가야 하는 때야.
국화야, 우리 어느새 이만큼 왔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이 앞으로도 신실하게 이끄시겠지. 믿을 구석 은 그것뿐이라.
너랑 같이 걸어 정말 좋아. 풍성하고 즐거워. 앞으로도 그렇게 지금처럼 이길 바라.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