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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7. 두륜산 - 남편이 오른 100대 산

by 황옹졸

어디야, 다 올라갔어? 벌써 내려와? 두륜산은 어때? 뭐 맨날 다 똑같대.

그냥, 자기한테 쫑알쫑알 거리고 싶어서.

아까 점심에 미역국 나왔는데 달걀 풀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미역국에 달걀이 들어가냐고 수군수군 하더라.

나는 암말 안 하고 먹기만 했어.

혼자 울그락불그락 창피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기억나? 자기 처음 할머니 집 갔을 때도 끓여주셨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먹었어. 소고기가 없으니까 그렇게 한 거 같아.

그때는 진짜 싫었거든. 미역이랑 계란은 안 어울리잖아. 그림도 좀 이상하고. 할머니처럼 촌스러운 음식.

할머니 보고 싶다.

오늘 나온 건 새우 들어가서 옛날보다 맛있더라.



그리고 아침에 어머니한테 전화 왔다! 자기한테도 하셨드나?

무슨 있으시냐고 물으니까 "니 속 갠찮한가 궁금해서 했다." 이러시네.

무슨 얘긴지 금방 알아듣고 울컥했다니까. 나 똑똑하지.

생각보다 안 괜찮다고 했더니 그것이 그런 거라고, 겁나게 늠름해져 올 테니 걱정 말래.

무뚝뚝한 분이 이런 말을 하니까 너무 놀랍잖아.

자기 군대 가는 날까지 논 일 시키고 입대하고 면회 한 번도 안 왔다고 했지?

그런 일도 있었다면서.

훈련소 끝나고 전화했더니 배 아프다고 화장실 가야겠다고 끊자 했댔잖아.

지난번 설에 이런 얘기하면서 아가씨랑 엄청 웃었잖아.

그러고 보니 우리 깔깔거릴 때 아버지 어머니는 안 웃고 가만 계셨던 것 같아.



나도 지성이한테 전화 오면 아무 말 못 할 것 같아.

또 막 울겠는데 어쩌지.

사실 얘가 장조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못해줬어.

호주산이나 미국산은 안 내켜서 한우를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무지 비싸잖아.

호주산이냐 미국산이냐 한우냐 고민하다 시간이 다 가버린 거야.

내가 저를 안 사랑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돼.

자기도 엄마 아빠가 면회 안 와서 서운했다고 했잖아.

나도 할머니가 미역국에 계란 넣어서 나 안 사랑하는 줄 알았어.

어쩔 수가 없다고?

그렇겠지. 사랑을 알려면 오십 정도는 먹어야겠지.



잘 내려오고 있어?

무릎 조심해. 천천히 천천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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