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 스스로를 꽉 안아줄 만큼 칭찬해주고 싶은 것?

2025 톺아보기 1

by lotus

올해는 변화가 참 많았다. 변화를 감내하고 어떤 결정이든 바로 추진한 것이 스스로에게 가장 칭찬해주고 싶다. 올해 나의 변화를 월별로 기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안 쓰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이제는 진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그런 연말이다. 늘 연말 연초에 이렇지. 잔잔한 크리스마스 노래를 틀어놓고 25년을 톺아본다.


작년 12월에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입사 일주일 만에 깨달았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 신입의 얕은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열악한 공사현장에서 여성이 생존하기 무척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월 본가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다가 채용공고 페이지를 한참 붙잡고 있었다. 공공기관 기간제 직원을 물색했다.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기간제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픈 것을 찾아야지-.. 지나고 보니 이 또한 얕은 생각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두둥 등장하지 않는다. 내 코앞에 떠먹여 주며 살 수 없다. 감내할 수 있는 것들은 감내하고, 하나씩 도전해 가며 살아가는 일이 인생임을 올해 또 연말이 되어서야 느낀다.


2월 물색하던 공공기관 기간제 직원 자리를 찾았다. 전날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꼴딱 새우고, 면접을 몽롱한 상태로 보았던 곳에서 나를 괜찮게 봐주었다. 오히려 긴장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술술 말하니 솔직함이 돋보였나 보다. 이 면접 경험으로 인해 나는 솔직함이 면접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임을 알았다. 면접에 두 곳이나 붙고 선택하여 갔다. 나 좀 쓸모 있는 인간인 건가- 오.. 자존감 좀 높아지는 경험!


3월 일은 2월부터 시작했다. 3월엔 적응기를 거쳐 실제 올해 공공기관에서 할 일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들을 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고 교육기획을 했던 일들을 떠올려가며 초등학생 대상 교육 학습지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공공디자인 작업에 참여도 했다. 평소 알지 못했던 영역에 들어가 폭이 커지는 느낌도 들었다가, 9시간 앉아있으려니 난 의자와 친하지 않은 사람인 걸까 생각도 했다.


4월 대단히 무기력한 기분에 압도당하던 때였다. 원하던 회사에 최종면접까지 가서 탈락하는 경험을 했다. 기간제 일을 하면서 계속 도전을 했는데, 정말 바로 붙겠다고 느꼈는데 너무 스스로를 믿었다. 놓아주기에 너무 아까운 회사였다. 왜 떨어졌냐는 메일도 써가며 붙잡았지만 어쩔 수 있나. 나와 맞지 않는 곳이었음을 인정하고 탈탈 털었다. 잔재가 묻지 않도록 탈탈탈. 그리곤 갑작스레 다시 교직에 갈 기회를 얻었다. 고작 3개월 공공기관 기간제 일을 했는데, 편하고도 멍청이가 되는 것 같았던 곳. 살아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팔딱팔딱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시 교직 고.


5월 다시 교직 근무였다. 와. 대단히 낯선 곳이면서도 그냥 마음은 잘하고 싶고, 일은 쏟아지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5월이 지나가더라. 낯가리는 성격 덕분에 많은 말을 하지 않고 5월은 일만 하며 보냈다. 쏟아지는 업무로 학교에 적응해 갔다. 사실 급식이 너무 맛있어서 학교에 적응도 빨리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내향형 인간은 쉽게 적응이 안 된다. 어딜 가나 부족한 인간은 있음을 느끼며.. 물론 나 또한 부족한 인간.


6월 기말고사를 치르고 내 목적지를 다시금 떠올리던 시기였다. 임용고시를 다시 도전하기 위해 온 교직이었는데 말과 행동이 무척이나 날 것인 학교환경에서 내가 과연 성장할 수 있는 곳일까?를 다시금 묻게 되었다. 물음표 2개인 상황.


7~8월 방학이 시작되었으나 3주간의 단기 방학은 그저 서울나들이만 갔다 오기 딱 좋은 정도였다. 배부른 소리인가. 물음표를 한 개 더 붙여 3개인 상황에서 내 삶의 목적을 계속 떠올리던 시기.


9월 2학기가 시작되고 9월 말쯤, 친구가 7급 시험에 합격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2번의 시험을 보고 9급에 이어 7급에 합격할 때까지, 나는 한 번의 합격도 못했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었다. 평소 이런 비교는 잘하지 않는데, 다소 영향이 컸다. 나도 열심히는 살았는데. 왜 합격은 못할까. 다시금 비본질적인 것에 포커싱을 맞추며 살아가던 시기였다. 불합격, 불행, 불편함, 불안감. 불이 들어간 것에 연연하며 아 공부해야겠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10월 일단 공부 다시 해본다고 외치긴 했는데, 맘처럼 안되었다. 어쩌겠나. 팽팽 놀고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긴 쉽지 않았다. 올해 티오는 나왔으니, 펜은 빼냈으니, 뭐라도 적어야 하지 않겠나.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11월 공부를 하다가 안 하다가를 반복하니 임용고시 시험날이었다. 엄마한테 같이 가지 말아 달라고 했다가 또 이 막냉이본성은 벗어나질 못하는지 엄마한테 같이 가달라고 했다. 엄마 나 너무 외로워. 같이 밥 먹고 숙소 가서 일찍 자고 아침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험지에 쓱쓱 쓰고, 그리고 서울에 갔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12월 지금은 10일 밤 8시 55분. 올해를 돌이켜보고 있다. 내게 참 많은 변화가 있던 25년에는 많은 용기를 내었다. 다양한 사람을 짧은 기간에 대단히 많이 만나고 나와 맞는 환경, 나와 맞지 않는 환경요소들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나와 맞는 환경은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나와 맞지 않는 환경요소들은 겉치레의,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 작성하기, 8시간 이상 앉아있으며 머리가 멍해지는 상태로 3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애써서 기획하고 결과물을 짜잔 보여주고 회고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 그걸 잘하고 있느냐고? 아니다. 그래서 이 연말이 그리 즐겁지 않아서 회고한다. 난 변화는 잘 만들어나가는데, 유지하고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 무엇이든 기획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그걸 인정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간을 들여 노력 에너지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나는 부단히 애써야 한다. 운동을 하고 글을 써야지. 오늘도 어김없이 인정한다. 아 올해 대단히 잘 살아냈다. 작은 몸뚱이로 사람 상대해 가며 일한 것에 꽉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칭찬하마. 너 정말 올해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