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실조증을 회복하는 세 줄 일기
세 줄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자율신경 실조증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다.
자율신경실조증 진단을 받은 지는 5년이 넘어간다. 원래 몸 이 약한 데다가 HSP다. 기억하는 선까지 항상 몸이 힘들었다. 자율신경실조증이 심하다는 진단에도 별로 심각함이 없었다. 나는 항상 힘들고 불편했으니까!
영양제를 챙겨 먹기는 했다. 자율신경실조에 좋다는 스트레칭과 여러 가지 방법들을 노력해 왔다. 결과는? 별 재미를 못 봤다.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노화라는 과정에 입문했다. 버텨보자고 살았던 자율신경실조증 증상들이 더 심해졌다. 매일이 고난의 행군이다. 몸의 여러 증상들을 견뎌내야 하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엄청난 스트레스다.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포기했던 자율신경실조증이라도 치료해 봐야 했다. 가능하겠냐는 내 질문에 의사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어렵겠지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우연히 일본의 자율신경실조증 권위자인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하루 세줄 마음 정리법'을 읽었다. 책 내용으로만 봐서는 과장이다 싶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시작했다.
이런저런 설명들이 있지만 자기 전에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마음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살았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시작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 내 신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자각이 조금도 없는 삶이었다. 그냥 하루를 살아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살았다.
세 줄 일기는 1. 오늘 하루 후회 되는 일 2. 오늘 하루 잘한 일 3. 내일의 계획이 순서다. 이 순서를 바꿔서도 안되고 길게 쓸 필요도 없다. 그냥 하루 종일 잘못한 것 같아 찜찜했던 일을 글로 써서 털어 버린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글로 써서 확인해 준다. 그리고 내일의 계획으로 소망을 다시 붙잡는다.
'무슨 효과가 있겠나' 하고 시작한 일이다. 책의 저자는 2주만 해 봐도 달라진다고 호언 장담 한다. 2주를 억지로 썼지만 뭐가 나아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만둘 수가 없어서 정말 꾸역꾸역 매일 썼다.
언젠가부터 오늘은 넘어가자고 그냥 자리에 누웠다가도 도저히 불편해서 결국은 일어나 쓰고 자는 일들이 생겼다. 무언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분명히 있다. 내 안에서 정리되는 것들, 불편한 감정들을 다 털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분명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다음날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불편했던 일을 자기 전에 털어버려서 다시 그 감정으로 돌아간다 해도 강도와 시간은 비교가 안된다. 그러다 보면 내 것이 아닌 것이다.
깊은 호흡과 세 줄 일기를 쓰며 스트레스가 정리되고 있음을 삶 속에서 느끼고 있다. 워치를 통해 스트레스 상태를 확인하는 즐거움도 생겼다. 예전에는 항상 스트레스 가득인 상태가 이제는 편안함을 가리키는 사인이 더 많다.
혈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혈압이 내려갔다. 혈당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항상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혈당이 더욱 안정적인 것도 세 줄 일기의 효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지만 분명 내 몸에, 삶에 변화는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