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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거기서 나와?

잃어버렸던 안경을 찾고

by 드망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딸아이가 잃어버렸던 내 안경을 엉뚱한 안경집에서 꺼내 들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지난 5월.

자고 일어났더니 안경이 없다!

분명히 잘 때까지 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자고 있었던 곳, 그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불을 털어도, 침대 밑도, 책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말도 안 되지만 나의 정신없음으로는 가능한 일이기에 가방과 입고 다닌 옷의 주머니까지 샅샅이 훑어도 없었다.


안경 없이는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눈뜬장님이라..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볼 때 쓰는 중거리용 안경을 끼고 출근을 했었다. 찾다 보면, 기다리면 말도 안 되는 어디에선가 나오겠지 하는 기대로 4~5일을 버텼다.


마치 '네가 나를 찾겠다고?' 놀리는 듯, 끝내 나타나주지 않는 안경을 포기하고 새 안경을 맞췄다. 급히 하느라 대충, 어차피 스페어가 될 거 같아 대충. 마음에 들지 않은 테를 고르고 엉거주춤 새 안경과 동행이 시작되었다.


어디에선가 나오겠지가 여름을 지나며 포기 상태가 되었다.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안 보이는 안경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겨울이 되었다.

이제는 스페어 안경의 지위를 메인으로 격상시키고 적응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조금 더 신경 써서 마음에 드는 테를 고를 걸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아 있다.


그런데,

어젯밤 딸아이가 그 안경을 찾은 거다.

문제는 스페어로 쓰는 독서 안경 때문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 안경집에 안경 2개가 들어 있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내가 넣었을 거다.

독서용 안경이 2 개인게 사건의 발단이다.

외출할 때 독서용 안경을 잊어버리고 나 때가 많아서 휴대용으로 하나를 더 만들었었다.


당연히 그것도 스페어라 대충 그까짓 거 하다 보니 안경이 내 마음에 안 들었다. 차츰차츰 손에서 멀어지고.. 언젠가부터 내가 좋아하는 독서용 안경을 잘 챙겨 다니는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스페어가 문제다. 항상 여유 있게 넉넉해야만 하는 성질머리가 결국 이런 일을 겪게 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는 일을 못한다. 내 가방은 항상 보부상 보따리다. 잠깐이라도 없으면 불편한 게 싫어서다.


이제는 없어도,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뭐든지 필요한 대로 있어야만 하는 성질머리 때문에 삶이 복잡해지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 두고 떠나야 할 삶이다. 있는 것도 정리하며 살아야 하는 때가 왔다. 이제는 더 이상 없음에 집중하지 않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삶을 그려본다.


안경만 5개다!

내 얼굴은 하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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