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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원버튼(One-Button)

▶ 어쩌다 The End

by 방현일


“너 또 장난했지, 그만해라. 내가 어제 너 때문에 부장님께 깨진 걸 생각하면 으이그 진짜, 음성 변조기도 제재해야 해.”

“야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난 정말 우리 엄만 줄 알았어, 홀로그램(Hologram)인 줄도 모르고 친구 앞에서 얼마나 망신당한 줄 알아?”

“인제 그만하자,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 파티하는데 올래?”

“어디서 하는데?”

“야외광장.”

“가야지 근데 용석이 녀석 안 됐어. 장난이 심하긴 했어도 악의는 없었는데 가정 로봇 틀에 갇혀서 평생 심부름이나 해야 한다니.”

“그래야 범죄가 줄어들지.”

“하긴, 그래. 이따 보자.”


나는 자동차에 탑승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디자인도 색상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종규야, 여기 설마? 홀로그램은 아니지.”

“야 그런 일로 사기 치면 평생 우주 감옥에 갇혀야 하는데.”


나는 종규와 함께 원형 탁자 위에 있는 100개국의 버튼 중 하나를 눌렀다. 100개국의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가고 싶은 나라에 가서 음식과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야, 여기 가봤냐?”

“아니, 괜찮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럼, 여기는?”

“저번 여행 때 한 번 갔었는데, 좋더라고.”

“야, 그건 그렇고 네 동생 종민이 때문에 많이 놀랐다면서?”

“말도 마라 걔 때문에 그날 고생한 거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주 센터에서 연락받고 무슨 일인가 했지. 아니나 다를까 종민이 녀석, T-5 하고 싸움이 붙었더라고, 사이보그 하고 붙어서 이로울 게 뭐냐, 종민이 때문에 긴급 버튼을 누르고 날아서 갔지만, 다음 달 벌점만 생각하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내 맘대로 주스가 가능해서 그날 기분에 따라 주스의 색깔을 바꿔 마시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았다.


“무거운 얘기 그만하고 어제저녁에 다큐멘터리 봤냐?”

“당연하지, 3개월에 한 번뿐인데, 밤하늘을 가득 메운 장면들을 누워서 감상할 때면, 그 황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잖아.”


국가에서 3개월에 한 번씩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일반 극영화하고는 사뭇 다르다.


“좀 자주 볼 수는 없을까.”

“야, 다른 나라는 1년에 한 번씩 보여준대.”

“야! 그건 그렇고 너희 부모님 타임머신은 어떻게 됐니? 잘 통과된 거야?”

“잘됐어.”

“그래! 축하한다.”


60세 이상이면 정부의 허락하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 나는 종규와 식사를 마치고 그 나라 전통 공연을 보며 전통 음식을 먹었다.


“우리 자주 만나자, 맨날 화상전화 앞에서 폼만 잡지 말고.”

“그래 자주 만나자.”


나는 종규와 헤어진 후, 차 안에서 잠시 쉬었다. 차는 러시아워에서는 1인승으로 작게 맞춰지고 캠핑 갈 때는 레저용으로 또 지금처럼 쉬고 싶을 때는 길게 세로로 맞춰진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향했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것은 상상도 못 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10분밖에 안 걸리는 초고속 전차에 제주도가 20분이라니 세상 정말 좋아졌다.


그러나 범죄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법을 새로 개정하기가 무섭게 또 신종 범죄가 활개를 쳤다. 지금은 범죄 형질에 따라서 로봇 틀에 갇히게 된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면 가정 로봇 틀에 갇혀 받은 형량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 심부름하는 걸로 정해져 있다. 다소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이면 노동 현장이나 군대에 가서, 기계를 양산하는 곳에서 평생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일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가벼운 죄를 짓고 남의 가정에 가서 가정일을 돌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부잣집으로 빼 주는 전문 브로커도 생겼다.


방송국 채널은 3개뿐이다. 어디를 틀어 봐도 뉴스와 인터뷰뿐이다. 하긴 누가 요즘에 텔레비전을 시청하겠는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이버 가수들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바로 앞에서 공연을 보여준다. 게다가 각종 장면을 꿰맞춰서 내 맘대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이젠 연예인들의 인터뷰도 신물이 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수면제 역할로 볼뿐이다.


나는 쉬는 날,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대형 극장을 찾는다. 예전만 해도 아이맥스(IMAX) 영화관이 제일 컸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게임용이나 쓸 뿐이다. 시마다 대형 극장이 다섯 군데씩 있다. 스크린의 크기는 균일하며 3개월에 한 번씩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보다는 규모가 다소 작지만, 그래도 머리 식히러 한 번 정도는 볼만하다. 그러나 얘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구시대적이라고나 할까? 결혼식은 옛것을 살려 들판에서 푸짐하게 국수를 먹는다. 세상이 그전보다 좀 새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인간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부익부 빈익빈은 여전히 존재했다. 애완 로봇에서 경호 로봇까지 가격에 따라서 기능이 천차만별이었다. 로봇 법은 관대해서 로봇끼리의 싸움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되었다. 한 번은 별거 아닌 일에 시비가 붙어서 애완 로봇이 고칠 수 없을 만큼 크게 부서진 일이 있었다. 이별 아닌 이별을 한 후, 한동안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현 사회가 만족스럽다. 과학이나 의학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모해 왔고 국가 경제 등 국가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 왔다. 세계 5대 국인만큼.




나는 기분 좋게 술에 취해 안락의자에 앉아, 오랜만에 즐겨 들었던 ‘네박자’ 노래를 들었다. 흥에 겨워 박자에 맞춰 손가락을 두드렸다.


‘쿵 짝 쿵 짝 쿵 짜 자 쿵 짝’


어!, 아냐 아냐, ~~에요...’

※ 원버튼에 주의할 점이 있다. ‘안락사’가 허용된다.


각국의 정부는 화상회의를 진행하였다.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결정합시다. 목뒤에 원버튼을 설치하는 걸로 하죠.”

“하지만 상대방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지문 외에는 안 되는 걸로 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못 누를 수도 있지 않나요?”

“맞아요. 또 신체 부위에는 잘못 눌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최소 여러 번 누르면 되지 않을까요? 한번, 한번 누를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고심이.”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다.


안락의자 팔걸이에 원버튼을 설치하고 자신의 지문으로 아홉 번을 누르면.


- 끝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글씨체와 색상은 힘주어 말할 때의 심리상태를 나타낸 것입니다.

"Image by Clker-Free-Vector-Image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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