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상태란 과연 무엇일까?
아무런 어려움도, 나를 해칠 적도 없는 상태일까?
그런 아주 뻔하고 이상적인 생각만 갖고 있던 나에게,
어느 날 우연히 본 만화 한편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화 작가는 평화는 무엇인가에 이렇게 답해주었다.
외부에 강력한 적이 존재할 때는 내부가 하나가 되어 평화를 유지하지만, 그 적이 사라지는 순간 내부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고 결국 분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회가 하나가 되는 일은 강력한 공공의 적이 생기면 오히려 내부는 평화롭다?는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말이 맞는지 틀린지 따져보기 위해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역사를 보면 적벽 앞에 조조라는 강력한 존재와 싸워야 할 때 유비와 손권은 하나가 되었고 내부는 연합하여 평화로웠지만 조조가 패배한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냉전 시기 세계 역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소련이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 미국과 서유럽은 하나가 되어 비교적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했지만,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는 오히려 내부의 극단주의와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 역사를 보면 일본이라는 존재에 나라를 빼앗겨 조선은 모두 연합하여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광복이후 이념이라는 보이지도 않는 허상 때문에 아직도 남과 북은 갈라져 있다.
현대사를 보면 대한민국이 연합할 때는 언제였는가?
2002년 월드컵 유럽이라는 축구 강대국을 상대했을 때였고,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계엄 윤석열 까지~~
그들이 없어지면 평화로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분열되는 아픈 역사를 보게 되었다.
내가 본 만화《진격의 거인》의 작가는 말한다.
거인의 위협으로 인해 사람들은 스스로 벽을 높게 쌓았고,
그 벽 안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평화는 외부의 거인 덕분에 유지된 것이지, 내부의 인간들이 잘해서 평화를 이루어 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