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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꿈치의 상처, 그리고 시]

[읽고 쓰는 삶 277일 차] 박연준 <쓰는 기분>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당신은 시를 통해 덜 보거다 더 볼 수 있습니다. 말과 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종이에 쓰이지 않은 더 많은 '투명한말'을 통해 당신이 상상하기를, 시는 바랍니다. 시는 비약하고 활강하고, 사라졌다 나타납니다. 시는 귀신이죠. 있거나 없어요. 몇 마디로 당신을 쓰러트릴 수 있고, 발견해주지 않으면 평생을 바위처럼 굳어 있기도 합니다. 당신 앞에서 시는 벽이 될 수도, 함박눈이 나 는 게, 소나기가 될 수도 있어요. 당신의 마음이 열린 정도에 따라서 무엇도 될 수 있습니다.

_박연준, <쓰는 기분>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마음꿈치의 상처, 그리고 시]


내게 시를 쓴다는 것은 마음꿈치의 상처를 돌보는 것과 같다.

발뒤꿈치의 상처처럼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내 마음꿈치의 숨은 상처. 맞지 않는 삶을 신고 사느라 닳아버리고 벗겨서 버린 행복의 표피.


퍽퍽한 삶에 시를 덧대는 것은 내 삶을 절룩거리게 만드는 존재들을 덜어내고 소독하고 정성스레 약을 바르는 일. 아름다운 단어들로 상처를 감싸 덧나지 않게 하고 새살이 돋아나길 기다리는 일. 그러다 어느덧 삶의 신발이 내 삶의 모양과 맞춰줘서 사뿐히 걸어보게 되는 일, 신나게 날아오르는 일.


시를 쓴다는 건 마음꿈치에 덧댄 문장으로 내가 세운 새로운세계로 다음 걸음을 떼는 일이다. 그리고 내 문장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를 쓴다는 건 내게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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