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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속에 굴러다니는 노랫말 ]

[읽고 쓰는 삶 278일 차]. 루시드 폴 <모두가 듣는다>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음악이 태어나는 순간은 나에게도 여전히 신비롭지만, 신비로운 만큼 탄생의 인과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수많은 시간을 거쳐 겪어낸 것, 내 안에 흩어져 존재하던 무질서한 조각들이 나도 알 수 없는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모여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엉겨든 그 무언가는 나라는 필터를 통해 비로소 음악이라는, 비 언어적인 언어로 형상화되지만, 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예측하지도 계획하지도 못한다. 다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걸 겪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 그러다 때 가 되면 악기 앞에서 또는 종이와 연필을 들고 기다리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_루시드 폴 -<모두가 듣는다>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 세상 속에 굴러다니는 노랫말 ]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세상에는 수많은 노랫말이 굴러다니고 있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 눈빛 속에, 마음 안에.

심지어 길가의 들풀과 꽃,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이름 모를 새의 작은 날갯짓, 애벌레의 꿈틀거림과 고양이의 하품 속에도.

나는 그런 것들을 보물처럼 줍는다. 그리고 어울리는 조각들을 모아 바느질한다.


어느 날 상자 안에 모아둔 몇몇 노랫말 조각들에 날개가 돋는다.


상자를 열고 날아오른 노랫말들은 세상으로 흩어진다. 무심한 발 길에 차이기도, 밟히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누군가의 귀, 입술, 마음에 스며들고 그들의 마음속에 작은 둥지를 틀고 자라난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세상 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무심코 던진 말속에, 누군가의 글 속에, 흔들리는 눈빛과 눈물 속에, 잔잔한 미소와 커다란 외침 속에 뒤섞여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가끔은 마음 상자 안에서 모아둔 노랫말 조각들이 데구루루 구르며 떨어지기도 한다. 그것들은 작게 쪼개지기도 하고 모서리가 닳아 새롭게 반짝이기도 한다. 나는 조각들을 모아 다른 상자에 옮겨 담는다. 그 상자의 이름은 ‘시‘다.


내 마음 상자 속에 모아둔 작은 조각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잔잔히 빛난다.

그저 세상에 굴러다니는 것들을 잘 주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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