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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고픈 아이]

[읽고 쓰는 삶 279일 차] 헤르만 헤세 <정원일의 즐거움>

by 윤서린

첵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새의 날갯짓으로 멀리 날아가고 싶다.
나를 에워싼 속박을 풀고
저 너머로,
오늘도 여전히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저 너머의 시간으로.

_헤르만 헤세 [그 옛날 천년 전에] 중에서.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새가 되고픈 아이]


새가 되고 싶은 아이가 있었어요.

자신의 이름에 들어있는 ‘제비’라는 글자가 숨겨진 날개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자라면서 알게 됐어요. 모든 새가 나는 게 아니라는 걸, 길들여진 새는 날 수 없다는 것을요.


아이는 절망했어요. 날 수없다면 날개를 굳이 펼칠 필요가 없었죠. 아이는 스스로를 새장에 가둬요. 그리고 생각하죠. ‘세상은 무서운 곳이야. 이곳이 가장 안전해’.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이는 자기가 만든 새장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작은 존재를 발견했어요. 상처 입은 깃털을 가진 조그마한 새. 아이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어요. ‘너도 나처럼 날지 못하게 된 거니?’. 아이의 근심과 달리 새는 열심히 먹이를 찾다가 조심히 작은 날개를 펼쳐 퍼득거렸어요. 한쪽 날개가 성하지 않아 날갯짓은 불안해 보였죠. 그러나 새는 몇 번 더 날갯짓을 하더니 사뿐히 날아올라 근처 나뭇가지에 앉았어요. 아이는 놀라 말했어요. ‘새가… 날았다. 새가… 저 날개로 날았어..’ 비록 힘찬 날갯짓도 멋진 비행도 아니었지만 새는 분명 날아오른 거예요.


아이는 숨겨두었던 자신의 날개가 생각났어요. 아직 한 번도 펼쳐본 적 없는 날개. 하지만 아이가 힘껏 펼쳐본 날개는 커진 자신의 몸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었어요. 이내 실망했죠. 그럼에도 아이는 자꾸 나뭇가지에 날아오른 새의 날갯짓이 생각났어요. 상처가 있어도 자신을 믿는 다면 얼마든지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버렸거든요. ‘나도 날고 싶어…. 나도 너처럼 날아보고 싶어…‘


어느새 아이는 스스로 가뒀던 새장의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세상을 향해 작은 날개를 퍼덕거렸어요. ‘나는 날고 싶어.그리고 곧 날아오를 거야. 어디로든…‘ 아이는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나뭇가지 위에서 기다리는 새를 향해 날아올랐어요.



오늘의 이야기는 제가 작사한 노랫말 [나는 새]와 연결됩니다.

[세상에 스미는 노랫말을 씁니다 2]에서 감상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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