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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 Dec 20. 2023

지역차별의 상징이 돼버린 철도?

도카이도 신칸센을 배경으로 일어난 지역 차별 이슈, 나고야토바시 사건


 여러분은 일본의 대도시 하면 어디가 떠오르나요? 대부분은 도쿄나 오사카와 후쿠오카 정도를 이야기할 것이고, 그나마 조금 더 나온다면 삿포로나 교토, 요코하마 정도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삿포로는 물론 후쿠오카보다도 훨씬 큰 도시권을 거느리고 있는데, 바로 아이치현 나고야시를 중심으로 한 주쿄권입니다. 이 정도로 도시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부족한 편이다 보니, 주쿄권은 경제나 인구 규모에 비해 열리는 행사 같은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만은 1990년대에도 쭉 있었는데, 이 불만을 폭발하게 한 원인이 철도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번에 다루어볼 사건은 나고야토바시 사건입니다.


 1992년, 도카이도 신칸센을 운영하고 있던 JR 도카이는 신형 열차인 300계를 투입하면서 새로운 최속달 등급인 '노조미'를 신설하였습니다. 신설 당시에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1번씩 운행하여 총 2왕복으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이 열차의 역할이 최속달 열차인 만큼 최대한 소요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의 노조미의 정차역이 도쿄-시나가와-신요코하마-나고야-교토-신오사카인 것처럼 JR 도카이도 정차역을 최소화함으로써 속달성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신칸센 노조미 데뷔 뉴스. 아래에도 있는 것처럼 도쿄-신오사카 간 2시간 반 운행을 강조했다. (copyright by https://seibu351.exblog.jp/)

 문제는 아침 6시에 도쿄역을 출발하는 첫차인 노조미 301호였습니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노조미 데뷔 당시에는 매일 노반 안정화 작업을 위해 일부 구간에서 레일이나 자갈을 교환하는데, 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 내에서는 신칸센이 제 속도를 내지를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300계 신칸센이 최고속도 270km/h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이 공사가 진행되면 170km/h까지 감속을 해야 하다 보니 속도가 거의 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노조미 301호는 가나가와현의 아침 비즈니스 수요를 잡기 위해 신요코하마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교토나 나고야 등지까지 정차하면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을 넘어버리게 되어버렸습니다. 광고할 때부터 '도쿄-신오사카 2시간 반에 주파'라는 내용을 강조했던 만큼 JR 도카이는 노조미가 2시간 30분 이상의 소요시간이 나오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노조미로 운행하고 있는 JR 도카이의 N700계 신칸센 차량이다. (copyright by jr.odekake.net)

 결국 JR 도카이는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미 301호를 교토역과 나고야역을 모두 통과해 버리는 수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나고야역에는 노조미 301호가 도착하기 전에 나고야역에서 출발하여 하카타까지 가는 히카리 61호와 63호가 있었고, 그 뒤에도 히카리 1호가 있기 때문에 이용객들의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쿄권 시민들의 반발은 훨씬 강했습니다. 안 그래도 여러 이벤트가 일본에서 열릴 때 도쿄나 오사카에서는 개최되면서도 나고야에서는 개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던 데다가, 당시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주쿄권 경제의 침체가 본격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에 사람들이 훨씬 민감해 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쿄권에는 토요타나 린나이 등 건실한 대기업이 여럿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수요가 강한데, 이 지역에서 일하는 비즈니스맨들을 중심으로도 강한 반발이 일어난 것 역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고야권을 중심으로 하는 신문사인 주니치 신문 등은 이를 '지역 경시'라는 어조로 이야기하면서 강하게 저항하고, 이 소식이 정치권에서까지 전해지는 바람에 당시 아이치현지사와 나고야시장이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지역 경제연합회의 간부는 "자기들 본사도 정차하지 않는 열차는 뭔 경우인 거냐"라며 JR 도카이의 본사가 나고야에 있는 점을 이용하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치현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연합을 결성하여 신칸센의 나고야 통과를 저지하려는 시도까지 나오는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의 규모가 커져버렸습니다.

당시 신요코하마역에만 정차했던 노조미 301호 안내. (copyright by 4travel.jp)

 천만다행으로, 이후에 JR 도카이의 사장이 나중에 지어질 츄오 신칸센에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의원들도 철도 다이어그램이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졌다는 것은 이해하는 만큼 앞서 쓴 각서를 이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JR 도카이와 주쿄권 간의 갈등은 일단 매듭지어졌다. 이후 1992년에 나고야역을 통과하는 노조미 301호가 운행을 시작했고, 이는 지역에서 굉장한 볼거리로 자리매김하였다.


JR 도카이는 1년 뒤인 1993년에 신요코하마역을 통과하고 나고야역과 교토역에 정차하는 노조미 1호를 301호 열차 바로 뒤에 설정함으로써 민심을 확실히 달래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1997년에 들어서는 노반 안정화가 더욱 첨단화되면서 속도를 줄일 필요성이 없어졌고, 이때 노조미 301호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나고야와 교토를 통과하는 신칸센은 완전히 그 끝을 맞이했습니다.

나고야역을 천천히 통과하고 있는 노조미 301호. (copyright by https://www.chunichi.co.jp/)

 이렇게 해서 나고야토바시 사건은 끝을 맞이했지만, 2022년 6월에 주니치신문에서 츄오 신칸센을 건설할 때에 나고야토바시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뉴스를 내는 등 아직 그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철도가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고, 지역감정을 오히려 폭발시키게 만든 나고야토바시 사건, 앞으로는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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