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마지막 문장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바야흐로 진짜 여름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기억은 조작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대도 재밌었지. 병장 땐 정말 재밌었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선임들 있었던 이병, 일병 때가 더 재밌었던 것 같기도.. 아니다. 그냥 학생 때가 제일 좋았다. 더 어릴 땐 얼마나 생각 없이 잘 살았을까. 근데 작년 여름보다 올해 여름이 훨씬 더 더웠다? 작년 여름은 기억이 잘 안나. 그치만 올해는 진짜 더웠어. 내년엔 더 더워질까? 요즘 아침엔 좀 추워. 외투를 안 입으면 못 나갈 지경이라니까. 밤에는 얼마나 추운지. 빨리 패딩이나 입고 싶어. 이러다 금방 겨울이 올 거야. 빨리 여름옷은 다 집어넣자. 그런데 내가 작년에 패딩을 입고 다녔었나? 꺼내다 보면 알겠지. 이 옷은 이번 여름에 정말 많이 입었어. 내가 가진 바지에 대부분 다 잘 어울려서 그랬나 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옷들은 다 어디 갔을까? 버리진 않은 것 같은데 어따가 뒀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아. 아니, 그냥 어느 순간부터 안 보여. 발이라도 달려 어디 도망간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