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 운 Oct 21. 2024

엄마를 부탁해

소설의 마지막 문장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그제야 여인상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한마디가 너의 입술 사이에 흘러나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 별을 세듯, 수없이 위로 올라가 보아도, 우리 엄마의 아들인, 그러니까 우리 가문 역대 엄마들의 자식들 중에서 내가 제일가는 불효자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이유는 이랬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효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고 한 매거진에서 보았다. 그 매거진을 본 날은 하필 엄마와 다툰 날이었다.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이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순간에 기억되기란 쉽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엄마보단 나의 잘못이 크지 않았나. 밖에서는 잘 내지도 않는 화를 왜 엄마에게만 쉽게 내는가. 매거진을 읽으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열매처럼 소중하게 맺혔다.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절대 나처럼 안 했겠지, 아빠도 할머니한테 이렇게 안 했겠지. 효를 중요시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으나 옛날이 지금보다 심해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역대 최고의 불효자라니. 엄마, 아들을 부탁해

이전 06화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