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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Nov 07. 2024

노인과 바다

소설의 명문장 

정보력 부족으로 앞으로는 소설 속 명문장으로 대체합니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바다는 나에게 특별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조금씩 좋은 기억들로 채워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아주 어릴 땐 명절을 바다 가는 날로 알고 있었다. 할머니 집이 바로 강릉이기 때문인데, 설이든 추석이든 할머니 집으로 모인 모든 친척들과 다 같이 바다를 갔었다. 주로 경포대를 갔는데 그 시절 경포대는 해변의 경사가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내가 경사 한가운데서 혼자 모래를 파고 있을 때 큰 파도가 몰려와 나를 덮친 적이 있다. 파도는 금방 바다 곁으로 돌아갔지만, 물을 먹은 난 중심을 잃어 경사를 따라 바다 쪽으로 떼굴떼굴 굴렀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내 비명을 들은 아빠가 성큼 달려와 나를 구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경포대에 들린 게 3년 전쯤이었는데, 그때 그 시절의 경사는 찾을 수 없었다. 해수면이 상승한 탓인지 해변이 많이 평평해졌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지만, 해변은 비에도 젖고 바다에도 젖는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마지막 나들이도 경포대였다고 한다.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평평해진 경포대 해변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정말 궁금하다. 한평생 강릉에서만 살아온 할머니의 눈에는 나보다 더 큰 변화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해변과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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