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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Nov 18. 2024

칠레의 밤

 <칠레의 밤> - 로베르토 볼라뇨

-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건만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다.


배고픈 밤에 제법 쌀쌀한 날이 다 가기도 전 나 역시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니까 입 밖으로 나 여기 있소 꺼내지도 못할 말들을 이미 막혀버린 목구멍 안에서 한번 더 꾹 삼키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때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새로운 SNS 스레드의 런칭을 막 끝냈을 때이고, 나는 그곳에서 팔로워를 모아보겠다 생각하여 내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그곳 사람들은 웃긴 글만 좋아하기 때문에, 다소 엉뚱한 사진과 글을 올려야만 했는데 나름 효과가 좋았는지 스레드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2000명의 팔로워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말문을 막는 원인은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수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속담으로 물에 빠져도 주머니밖에 뜰 것이 없다는 데 신기하게도 돈은 계속 들어왔다. 블로그는 성장했고, 용돈 벌이로 하던 쇼핑몰도 매출이 확 늘었다. 물에 빠진 건 나였고, 주머니는 말 그대로 주머니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똑같았다. 그때 난 정말이지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았고, 아직도 하지 못한 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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