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했던 발이..
소파에서 누워 자고 있는 큰 아들의 발을 가만히 만져본다.
한 손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커버린 두툼해진 발을 두 손 가득 잡아본다.
어느새 이렇게나 자란 건지, 발을 만져본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말랑하고 한 손에 쏙 들어오던 그 발.. 한 손으로 잡고 내 코에 비비던 그 발.. 발가락 사이 시큼한 냄새도 그저 좋아 킁킁거리던 그 발..
이제는 발가락에.. 엄지발가락 옆에 굳은살이 잔뜩 박여 딱딱해져 버린 발이 되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뛰기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의 발은 굳은살이 박히고 자르고 다시 박혀서 단단한 부분이 완전히 자리 잡은 어른 발이 되어있었다. 킁킁거리게 만들었던 그 시큼한 향기가 쿰쿰한 발 냄새로....
그저 말랑했던 발이 배밀이를 하고 돌아다닐 때부터 발은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배밀이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면 그날 저녁에 엄지발가락에 부풀어 오른 물집이 빨갛게 자리 잡곤 했다. 그 발가락을 호호 불며 안쓰러워하던 그때부터....
처음 발을 뗀 첫걸음의 환희의 순간에도
첫 달리기를 하던 그 순간에도
첫 뜀을 하며 공중에 솟아오르는 순간에도
공을 차는 기쁨을 알게 된 그 순간에도
발은 언제나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물집이 잡히고 벗겨지기도 하고 상처에 피도 나고 부러지고 굽어지고.... 그래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그 발을 만지작거리며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발톱을 지난 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감성 오버쟁이 같지만 앞으로 수많은 시간을 단단히 버텨내야만 하는 아들의 발이 안쓰럽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땅을 딛고 서서 스스로 버티고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이 되어주기를 바란. 이제는 엄마라는 이유로 도와주기는 보다는 그저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보고, 뒤에서 바라봐주어야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는 지금.... 발에게 부탁해 본다.
지치고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 쉬고 싶어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다시 힘이 나도록... 굳은살이 박혀 단단해진 발이 더욱 단단해지도록 묵묵히 버텨달라고... 달려달라고... 걸어달라고... 앞으로 내 아들의 시간을 굳건하게 지켜달라고... 두 발로 두려움을 헤치고 자신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갈 힘이 되어주기를.. 아들이 펼쳐 갈 시간은 아직 시작하기도 전이니까..
잠든 아들의 발을 다시 잡아 이불속으로 조용히 넣어준다.
그 발의 온기가 식을까 싶어 이불자락을 다독다독...
커가는 아이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나의 마음도 다독다독...
서로를 다독다독...
창 너머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다독다독....